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30일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배한님 수습기자
30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확정 판결을 기점으로 관련 소송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고(故)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現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케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관한 개인의 청구권'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신일철주금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최종 해석이 이번 선고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원고 측 변호를 담당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세은 변호사는 판결 직후 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구권 협정에 의해 개인의 청구권까지 모두 소멸했느냐는 점에서 일부 대법관들의 견해가 2012년과 조금 달라졌다"며 "다수 의견이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관한 청구권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2012년과 동일한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임재성 변호사도 "간단하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청구권 협정이 조약이라서 법률의 효력을 지닌다"면서도 "이 법률 해석의 최고 권한은 외교부가 아니라 법원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위원은 "강제 동원 피해 문제가 청구권 협정 밖의 문제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다른 의견은 청구권 협정 제3조가 규정한 분쟁해결 절차, 국제중재재판을 통해서 견해차이를 좁히는 방법으로 법적으로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대법원이 선고한 손해배상금 1억원을 신일본제철로부터 어떻게 받아낼 것인지도 과제다. 김 변호사는 "통상 법원에서 집행문을 받아 강제집행 절차로 가지만, 강제 집행할 것인지 협의할 것인지는 조금 더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일철주금에서 오늘 판결을 받아들이고 피해 보상 할 것을 기다릴 수 있다"며 "국내외 재산 강제 집행 등 절차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일제 강제징용 '줄소송' 전망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후속 소송 14건이 진행 중"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법리적 해석이 해결됐기 때문에 다른 재판부도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판결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네 명의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석(94)씨는 이날 회견에서 "승소했는데 나 혼자만 남아서 눈물이 난다"며 "함께 재판하던 세 분이 돌아가셨으니 슬프고 서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1941년~1943년 미와자키현 소재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서 강제노역한 그는 이날 다른 피해자 세 명의 사망 소식을 처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