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둔 검찰이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 조사로 사법농단 수사의 전환점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중앙지검은 19일 국감을 앞두고 있어, 이날 조사 결과와 수사 진척도 등이 질의 내용과 수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본다. 그는 2012년~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거치며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하는 등 사법농단 의혹의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미쓰비시·신일본제철 상대 민사소송 개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관련 행정소송 개입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위기 당시 법리검토문 작성 등에 대한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인 2013년 10월 청와대를 찾아가,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에게 소송의 방향을 설명하고 법관 해외파견을 늘려달라고 부탁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9월에는 외교부를 찾아가 정부 의견서 제출 등 절차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4년 10월 전교조 소송서류를 대신 작성해주고 청와대를 통해 노동부에 전달하는 데도 임 전 차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의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2016년 11월에는 청와대의 부탁을 받은 임 전 차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 273쪽짜리 'VIP직권남용죄 관련 법리모음'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이밖에도 임 전 차장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 박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에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번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핵심 인물들의 재판 개입을 진술할 경우, 수사 부진을 이유로 여당의 질타를 받던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당은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을 문제삼으면서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검찰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10일 대법원 국감에서 "영장 기각도 문제지만 검찰도 같이 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관련자들이 증거를) 다 폐기했겠죠. 검찰은 계속 청구하고 법원은 계속 기각하고, 서로 딴 주머니 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춘천지법원장 시절 쌈짓돈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에서도 사법농단 관련자 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사법농단 수사에 투입된 검사는 약 70명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현직 법관은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