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부동산 벽면에 부착된 아파트 매물 정보를 보고 있다./채신화 기자
-"정부는 신혼부부만 챙기고"…가점 10점 청년층, 20년째 전세 사는 중년층
'사회초년생 임 모씨, 직장생활 6년차 독신 김 모씨, 20년 무주택자 황 모씨 부부'.
이들을 위한 집은 어디 있을까. 청년 또는 자녀가 있는 무주택 서민들이 주거 정책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주거 혜택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20~30대 사회초년생은 임대주택조차 문턱이 높고, 40~50대 중년 부부는 십 수 년을 전·월세로 전전해도 '내 집 마련' 꿈을 이룰 기회가 적다. 무주택 서민임에도 소득이 있고 직장 생활을 오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거 지원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청년(만20~34세)가구의 주거실태./국토교통부 '2017년 주거실태조사'
◆ 취업난+주거난…'청년은 웁니다'
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정부가 위례신도시(508가구)와 평택 고덕(891가구)에 신혼희망타운을 첫 분양한다.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20~30% 정도 저렴하게 분양하는 공공주택이다. 자금 여건에 따라 분양·임대형을 선택할 수 있고 1%대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신혼부부 주거지원의 핵심정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말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신혼희망타운을 전국에 7만 가구 공급하기로 계획했다가, 9·21 공급 정책에서 3만 가구 더 늘리기로 했다.
아홉번의 부동산 대책에서 주거 지원 혜택이 신혼부부에게 쏠리자 20~30대 청년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회초년생 등 나이가 어린 청년이나 30대 초중반의 독신 가구에 대해선 주거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은 평균 1.1년 동안 취업 준비에 월 평균 29만원을 쓰고, 사회 초년 직장인은 학자금대출 등 월 평균 61만원의 빚을 갚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을 겨우 뚫고 나와선 주거난에 허덕인다.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기준 청년(만 20~34세)의 자가점유율은 19.2.%로 평균(57.5%)에 한 참 못 미친다. 아울러 지하·반지하·옥탑의 거주비중(3.1%)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반 만에 취업에 성공한 임 모씨(27)는 "광주에서 상경해 취업 준비하는 동안 서울 외곽 지역의 허름한 옥탑방과 고시원을 전전했다"며 "아르바이트도 못할 때면 부모님이 월세를 내주셔서 민망했는데, 정작 취업해서도 집값이 너무 비싸 또 비슷한 곳에서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도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위주로 물량이 많고, 아파트 청약은 가점제라 84점 만점에 10점도 안 나오는데 당첨이 되겠느냐"며 "주위에 결혼한 형, 누나들은 신혼부부 혜택이 많아졌다고 좋아하는데 취업 초년생은 오히려 그런 혜택을 기대도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직장생활 오래해도 "집 못사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내집마련의 꿈을 접는 이들도 속속 생겼다.
입사 6년차 디자이너 김 모씨(32)는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주거비가 따로 들진 않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서 본의 아니게 캥거루족이 돼 버렸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독립하기 위해 돈을 모았는데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7억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혼자 사는 친구들은 거주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너무 커서 목돈을 못 모은다더라"며 "신혼부부보다 독신 무주택자가 더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 정책이 너무 한 쪽에만 쏠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녀가 있는 40~50대 중년층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20년째 전세로 살고 있는 황 모씨(48)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는 전부 청약을 넣어봤지만 한 곳도 당첨되지 않았다"며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하는데 너무 부럽다"고 했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전용 46~55㎡형 기준 위례신도시는 3억원 후반에서 4억원 중반, 평택고덕은 2억원에서 2억원 중반대 수준에서 분양가가 형성될 전망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그는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청년은 청년대로 행복주택이나 청년희망통장 등 주거 마련을 위한 발판이라도 생기지 않느냐"며 "자녀가 스무살이 될 때까지 전세로 살았다. 정말 시급한 계층은 오히려 소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