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아프리카 시장 기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꽉 막혔다.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저유가 여파로 주력 시장인 중동에서 발주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중동·북아프리카 플랜트 발주시장이 개선돼 수주 여건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 해외건설 계약금액 추이./해외건설협회
◆4년 새 해외수주 실적 '뚝'
4일 해외건설협회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협회 회원사의 해외 신규 수주액은 222억3722만 달러로 집계됐다. 4년 전 연간 수주액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건설업체의 연간 해외 수주액은 2014년 660억993만 달러에서 2015년 461억4435만 달러, 2016년 281억9231만 달러로 매년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290억560만 달러로 소폭 증가했으나, 올해는 4분기인 현시점에도 지난해 수주액의 77%가량에 그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기 힘들어 보인다.
10대 건설사만 보면 해외 수주 감소세가 더 두드러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해외건설 수주 실적 및 미수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개사 해외건설 수주액은 290억 달러로 2014년(660억 달러) 대비 56% 급감했다. 해외건설 진출업체 수도 2014년 459개에서 지난해 421개로 8% 가량 감소했다.
반면 미수금은 매년 늘어나 2012년 5억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2억50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저유가에 따른 발주처 예산 부족과 함께 발주국 내 전쟁 때문이다.
그간 전통적 수주 텃밭으로 손꼽히던 중동에서도 신규 수주가 메말랐다.
올해 해외건설협회 회원사의 연간 해외수주금액에서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33.8%에 불과하다. 지난 2014년엔 이 비율이 47.5%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다 2015년 37.9%, 2016년 35.8%로 줄다가 2017년 국제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50.3%까지 급등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측은 "중동 수주액 증가는 2016년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체적인 계약금액 상승을 견인하긴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는 다시 30%대로 떨어졌다.
MENA지역 각 국가별 투자 방향과 주요 발주 프로젝트./'KB증권 건설-해외수주 한눈에: 주목해야 할 5개국' 보고서
◆"중동·북아프리카 플랜트 시장 기대"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에도 봄바람이 불 전망이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대형프로젝트 발주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KB증권의 '건설-해외수주 한눈에: 주목해야 할 5개국' 보고서는 "MENA지역(중동 및 북아프리카) 플랜트 발주시장이 2018년 하반기부터 추세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국가는 ▲대규모 정유설비 투자 집행 ▲후속 조치로서 다운스트림 분야 다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유가로 인한 대형프로젝트 발주 가능성 등의 공통점이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018년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시작된 발주 사이클은 중기적으로 쿠웨이트와 사우디로 확대될 전망이며, 알제리와 이라크 시장 역시 발주 개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UAE의 경우 8년 만에 강력한 투자 사이클이 나타나고 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ADNOC(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은 오는 2025년까지 450억 달러를 투자해 아부다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화학단지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고, Gasoline&Aromatics(35억달러) 기술입찰을 진행 중이다.
쿠웨이트도 내년부터 대형 프로젝트 발주에 나선다. 2014~2015년 Clean Fuel Project (120억 달러)와 New Refinery Project(150억 달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New Refinery와 통합 운영될 Al-Zour Petrochemical Complex (80억달러)의 입찰이 내년 중 진행된다.
사우디도 Yanbu 지역에 정유와 석유화학 통합단지를 구축하기 위해 200억 달러, Jubail 지역에 Mixed Feed Cracker를 건설하기 위해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알제리와 이라크의 발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알제리는 Sonatrach를 중심으로 정유설비와 석유화학 설비 발주를 진행 중이다. 이라크는 생산량 증대를 위한 IOC의 투자가 재개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