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력까지 동원했으나 실질적 규제 어려워…"강력규제, 고발규제 등 필요"
"정부가 모니터링 한다는데 카톡방에 비밀번호 걸어요."(서울 지역의 한 입주민 카톡방 내 대화)
부동산 담합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그동안 부녀회, 입주민회 등을 비롯해 공개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담합이 이뤄졌다면 최근엔 '비공개 장(場)'이 생겼다. 정부가 단속에 나서자 입주민 등이 카톡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비공개 전환해 사실상 손쓰기 어려워졌다.
최근 3년간 부동산 실거래가 위반 적발 현황 및 과태료 부과액./윤관석 의원실
◆ "카톡방 들어오려면 동·호수 인증해라"
3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이 부동산 담합 단속에 나서면서 허위 매물 신고가 줄어드는 등 일부 담합 세력이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으며 지난 한 달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2만182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늘었다. 국토부는 실제 허위매물 증가가 아닌 집값 담합에 의한 허위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경찰력도 동원됐다. 경찰은 최근 '부동산 정상 매물을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행위'가 집값 담합의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20일부터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조정대상지역 등)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섰다.
정부의 단속 신호와 9·13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 수요가 감소하며 일단은 담합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KISO에 따르면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3017건으로, 직전 일주일(5418건)보다 44.3% 줄어 들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부의 모니터링 강화만으로 담합 기세가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각종 커뮤니티에 접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단속 시그널 이후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카카오 채팅방을 비밀번호로 걸어 잠갔다. 카톡방에 입장하려면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동, 호수를 입력해야 하는 등 소유주 확인을 강화했다. 카톡방에 수요자나 기자 등이 입장해 담합 행위가 알려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서울 지역 한 입주민 카톡방에서는 정부의 담합 단속 발표 이후 '카톡방을 비공개 전환하자', '더 이상 입장하지 못하게 하자', '소유주 인증 시작하자' 등의 얘기가 오고 갔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 "신문고 제도, 강력 규제 등 필요"
이 같은 분위기에 전문가들은 호가 상승을 부추기는 집값 담합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정부에서 경찰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선 진일보됐다고 생각된다"며 "그러나 최근 담합이 세력화, 조직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가격 담합에 의한 정상매물 허위신고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해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징역형 처벌이나 최고 수준의 벌금 구형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진 연구위원은 "수 억원씩 시세차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몇 백 만원의 벌금은 제재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아울러 담합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에 카파라치 제도 처럼 신고 및 포상제도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공동체 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9·13 부동산 대책과 9·21 공급확대 정책을 통한 주택 시장 안정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9·13 대책 이후 호가가 한풀 꺾이고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9·21 공급대책 이후 물건이 없기 때문에 담합도 어려워졌다. 주택 시장이 안정되면 담합 세력도 잠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