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31일 오후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법원행정처 분리와 법관 서열화 폐지 등을 약속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재판 거래' 조사 결과에 따른 대책이다.
김 대법원장은 담화문에서 "법원의 재판에는 누구도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존립의 근거가 없고 미래도 없다"며 "사법부 구성원 모두와 함께 그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조사 수단과 권한 제약 등으로 조사 결과에 한계가 있어, 관련자에 대한 형사조치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담당자의 권한 남용으로 사법부의 존립기반이 위태로워졌음을 절감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 장치 마련을 약속했다.
우선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가 재판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위반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대법원 운영 조직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법원행정처에 상근하는 법관들을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또한 김 대법원장은 법관 서열화를 조장하는 승진 인사를 폐지해, 사법부 관료화를 막겠다고 다짐했다. 법관들이 인사권자나 사법행정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사법부 내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결정 구조 역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이미 제안한 수평적인 합의제 의사결정구조로 개편한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주요 의사결정이 다수의 법관이 참여하는 합의제 기구의 논의를 거치게 한다는 계획이다. 법원행정처는 그 내용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해, 사법행정권이 남용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외부로부터의 법관독립 침해시도에 대응하는 가칭 '법관독립위원회' 설치,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윤리기준의 구체화를 즉시 추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