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전반에 '워라밸'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동아쏘시오그룹은 혁신적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직원 만족도와 업무 능률을 향상시키고 있다./동아쏘시오그룹
국내 제약업계가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높은 업무 강도를 뒤로 하고 워라밸(Work & Life Balance)에 집중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국가 코드에 발맞춰 직원의 휴식을 보장하는 '워라밸' 사업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 반면 일부 제약사는 여전히 근무시간 외에도 업무가 지속돼 형식적인 워라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라밸' 정책 봇물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 GC녹십자 등 주요 제약사들이 직원의 휴식시간을 늘리고 가정생활을 돕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올해 초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기업문화를 위해 '2018 연간 휴무일'을 임직원들에게 알렸다. 이는 연초에 휴가 일정을 공지해 직원들이 미리 휴가 계획을 세워 항공이나 숙박 등을 사전 예약 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특히, 올해는 '휴식 있는 삶'을 중시하는 문화에 동참하고자 창립이래 최초로 연말 휴가를 도입했다. 임직원들은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총 8일을 쉴 수 있다. 패밀리&캐주얼데이도 운영한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정장이 아닌 편안하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며, 정시 퇴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퇴근한다.
대원제약은 올해 유연근무제 도입, 단체연차 및 리프레쉬 휴가제도 실시, 연차사용 활성화 캠페인을 골자로 하는 '대원가족 행복일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유연근무제 시행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 혹은 자기계발을 하고자 하는 임직원이 출퇴근 시간(1일 8시간 근무 기준)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CJ헬스케어는 자신의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랙서블 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 반,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6시 반,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중 한 가지 형태를 선택해 근무하면 된다.
한화제약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에 모든 직원이 오후 3시에 퇴근하는 '해피 프라이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직원들이 육아와 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사내 보육시설인 'GC 차일드케어 센터'를 개원했다.
총 정원은 79명으로, 교사 1명당 담당 영유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총 11명의 교사를 배치했다. 센터 운영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췄으며, 임직원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약업계 워라밸, 갈 길 멀어
최근 산업계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뜻하는 '워라밸'이 널리 퍼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업무강도를 자랑하는 제약사도 있다.
한 제약사는 월례조회 등을 이유로 오전 7시 본사로 모든 직원들이 소집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사는 정시퇴근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해당 시간에만 조명을 잠시 끄고 다시 켜는 방식으로 근무시간 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탄력근무제 등을 시행하고 제약업계도 워라밸이 확산된다고는 하지만 오랜 업력 만큼 보수적 기업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며 "형식적인 복지에 그치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문화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육아 지원을 위한 어린이집 운영도 좀처럼 확산되지 않는 양상이다. 현재 제약업계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대웅제약, 휴온스, GC녹십자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이 고용된 사업장이면 사업주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아직 제약사들이 가족친화 정책에 관심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국내제약사들도 다국적제약사들의 영향을 받고 있어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워라밸 문화가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