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국내 브랜드로 포장한 가짜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이 적발돼 따이공(보따리상) 단속이 강화되면서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국내 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증권가에선 연이은 불법 유통 이슈로 인한 규제강화는 국산 보톡스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중국 출시 허가를 기다리는 국내 업체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순 악재인가
중국 미용성형협회는 중국 공안국이 국산 보톡스 위조품을 불법으로 판매한 일당을 체포했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 충칭시 경찰은 해당 제품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국내 보톡스 업체 '메디톡스'의 상표를 위조한 제품을 대거 적발했다.
현재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 정식 허가를 받은 국내 업체는 없다. 다만 메디톡스가 중국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출시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휴젤과 대웅제약도 임상을 진행중이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산 보톡스의 중국 수출은 최근 2년간 연평균 3배 가량 성장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262억원)대비 76% 증가한 약 460억원의 수출 물량 가운데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이같은 수출 집계는 수출허가가 있는 회사들이 원래 보톡스 업체(제조사)에 신고한 국가가 아닌, 중국으로 수출을 하는 편법을 쓰거나 '보따리상(따이공)'을 통해 보톡스가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자의 경우가 관세청의 통계자료에 포함된다. 후자의 경우는 집계가 어려워 수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 유통이슈로 중국의 따이공(보따리상) 규제강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최근 탄력을 받고있는 국내 업체의 중국 시장 정식 진출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메디톡스와 휴젤이 각각 7.6%와 6.3%씩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에서 밀수입한 원부자재로 만든 가짜 보톡스 주사제가 국내에서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기관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 발표 이후 주요 제조업체인 대웅제약이 가짜 보톡스 주사제가 국내에 유통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연이어 터진 중국 내 이슈에 불안감이 가중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가짜 제품 논란에 국산 제품이 연루돼 신뢰도가 하락한 것. 2년 전부터 터져 나온 가짜 보톡스 이슈는 업계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보톡스가 중국에서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 가격을 통한 경쟁력 구축을 노리는 만큼 신뢰도 하락은 시장 입지를 다지는데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메디톡스에겐 장기적 호재
반면 중국이 보따리상을 통해 수입되는 불법 보톡스 단속을 강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보톡스업체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 중국 진출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메디톡스다.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지난 2월 CFDA)에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을 '뉴로녹스'라는 이름으로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휴젤은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3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가장 늦은 지난 1월 3상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메디톡스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판매 허가를 신청했기에 선점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전문가들은 "불법유통 이슈로 향후 현지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임상을 마치고 출시 허가를 신청한 메디톡스에게는 오히려 호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또 지속적으로 불법 유통이 발생하는 것은 중국 내에서 국산 보톡스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을 방증한다는 풀이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가짜 보툴리눔 톡신 유통 적발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슈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업계에 미칠 영향도 작다"며 "이러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은 시장이 워낙 매력적이라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