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매각이 중국의 독점금지법(반독점) 심사 승인을 받지 못해 2차 시한인 5월 1일을 넘겼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시한이 넘더라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매각 철회 가능성을 제기되고 있다. /도시바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매각이 중국의 독점금지법(반독점) 심사 승인을 받지 못해 2차 시한인 5월 1일을 넘겼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시한이 넘더라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방해가 되는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앞으로도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매각이 철회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마감 2차 시한이 이날을 기준으로 넘겼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안은 수급이 많은 주요 8개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7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황으로 중국당국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당초 중국 상무부의 심사 절차는 1차 시한인 3월 31일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별다른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루면서 2차 시한까지 결국 지나가 버렸다.
중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추측이 나온다.
가장 우선시 되는 이유로는 한미일 연합에 포함된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 사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 아래 올해 낸드플래시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D램 분야에만 강했던 SK하이닉스가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바탕으로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경우 사업 확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이 최근 국제 통상질서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관련된 M&A 거래에 대한 검토를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미일 연합은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데 미국 사모펀드라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미국 퀄컴의 NXP 인수도 미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 등 미국 기업이 관련된 M&A 거래 승인에 대한 검토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심사가 지연되면서 도시바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제3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도시바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도시바 반도체 인수와 관련해 최 회장은 "곧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강조했다.
도시바도 매각안이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계약을 취소할 어떤 결정도 한 바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거래를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SK그룹과 도시바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작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도시바는 미국의 베인 캐피털, 한국의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과 2조엔(186억 달러)에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호황 속에 반도체 사업부의 가치는 최소 220억∼240억 달러로 올랐다.
해외 투자자 일각에서는 매각 철회나 매각액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6000억엔 증자에 성공해 재무 상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중국의 반도점 심사 지연은 매각 철회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의 협상 주체가 베인캐피털이라는 점 때문에 상황을 관망하고 있지만 철회 가능성도 염두하고 낸드플래시 사업 로드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