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1심 선고에서 불성실한 재판 태도를 지적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 역시 불출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 상당 부분을 직접 취득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그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롯데그룹으로부터 합계 140억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하고, SK그룹에 89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삼성으로부터 받은 72억원 중 직접 취득한 이익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70억원도 반환된 점,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속았다는 태도로 일관한 점이 '자충수'로 작용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 사유 중 하나로 명시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구속 연장이 결정된 이후 선고 때까지 본인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이 재량으로 형량을 줄여주는 '작량감경'의 여지를 없애는 데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형법 제53조에 따라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2심 재판에 나올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향후 본인의 사면을 바라거나 적폐청산 '그림 만들기' 거부 등을 이유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도 관측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승계 부정청탁으로 인한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무죄가 된 점을 근거로 다른 혐의에 대한 무죄 주장을 펼 수도 있다.
반면 정권 교체로 인한 사면을 기대하거나, 문재인 정권 내내 이어질 적폐청산 등을 고려해 법정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태도와 관련, 지난 23일 구속된 이후 줄곧 '옥중조사'를 거부해 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판기일 출석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간 만료 하루 전인 9일 검찰의 기소를 앞두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되면 피고인 신분이 되어 검찰의 공소장과 증거들을 변호인단과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이 '본게임'이 열리는 공판기일에는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재판부는 검찰의 증인신문 외에도 변호인의 반대신문, 증거 검증 등을 이어가며 심증을 굳혀간다"며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이 사건 직접증거를 비롯한 측근들의 증언 등 각종 진술증거와 공소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몇 차례 공판기일에서 결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향후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서는 박 전 대통령처럼 '전과가 없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법원에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그가 1996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위반 및 범인도피죄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은 일을 비롯해 총 11회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