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출자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일단 현대모비스의 핵심사업부문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에 넘기는 안에 대해 현대모비스 소액주주들은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지금이라도 현대모비스를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향후 업황개선과 함께 지배회사로서 매력도 부각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2일 현대모비스는 전일 대비 2.09% 상승한 24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안을발표한 후 그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내 주요 사업부로 꼽히는 국내 AS 사업을 떼어내 현대 글로비스와 합병하게 된다. 현대모비스 내 AS 사업부문은 연평균 매출성장률 4.5%,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하는 고수익성 사업으로 이 부분이 떨어져나가면 존속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 훼손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AS사업부와 현금성자산 중 2조5000억원이 이전됨에 따라 현대모비스 매출은 기존 35조원에서 21~27조원 수준으로 감소하고 영업이익률도 5.8%에서 3~4%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현대모비스의 주주가치 훼손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존속모비스에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 등을 담당하는 핵심부품사업과 해외 AS 사업부가 잔류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현대모비스 내 해외 AS사업부 매출은 전체 AS사업부 매출의 70.0%를 차지한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생산비중에서 미국 및 중국의 해외생산 비중이 43.6%에 달한다"며 "중국과 미국 등에 신형 싼타페가 생산·공급 되는 올 3분기부터 존속모비스의 실적이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존속모비스가 지배회사 역할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바, 비핵심 사업을 축소하고 고도화된 사업모델을 갖추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재편 후 핵심부품사업(제동, 조향, 조명, 전장, 센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친환경차 사업부)등의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번 지배구조 재편이 완료되어도 지배회사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은 30.3%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지주회사 및 준 지주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분율(40%이상)보다 낮다. 때문에 대주주는 안정적인 그룹 지배력을 위해서라도 존속모비스 기업가치 향상 노력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존속모비스는 완성차에 종속된 계열 부품업체가 아닌 그룹내 지배기업으로 계열사 지분가치에 대한 재평가, 주주친화적 의사결정 및 배당정책을 통한 현금성 자산가치에 대한 재평가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5월 29일 분할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이에 앞선 5월 14일부터 28일까지 합병반대기간을 갖는다.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면 현재 현대모비스 1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존속 현대모비스(0.79주)와 합병 현대글로비스(0.61주)를 보유하게 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분할합병안 통과 시 수익성 좋은 국내 AS 사업을 확보하게 되는 현대글로비스는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반대로 존속 현대모비스는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현대모비스가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가 시도될 것으로 전망되는 바 존속 현대모비스의 적정 주가를 약 23만3000원으로 추정한다"면서 "장기 투자자는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주식을 모두 매수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배구조 재편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없어 보이고, 관건은 현대모비스 주주의 찬성 여부이다"면서 "여전히 AS와 모듈 사업을 모비스와 글로비스가 나누어야 하는 이유, 오너일가의 지분 매입 방법과 시점, 모비스의 분할·합병 비율 등에 대해서 시장의 의구심이 남아있어 투자자 눈높이에 부합한 설득작업이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