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옥중 조사 거부가 이어지면서, 강제조사와 묵비권 보장을 아우르는 '소송규칙 세부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신봉수(48·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 등을 서울동부구치소에 보내 이 전 대통령 방문조사를 시도했지만 거부당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26일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검사와의 만남도 거부했다. 조사에 응한 상태에서 진술 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검찰 조사 자체를 '원천차단'하는 모양새다.
같은 날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대전현충원의 천안함 용사 묘역 방명록 사진이 게시됐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를 대신해 적은 방명록에는 "통일이 되는 날까지 매년 들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구속 결정 이후 검찰 조사는 일체 거부하면서, 자기 할 말은 계속 하는 '페이스북 정치'를 이어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조사 협조가 공소장 완성도에 기여하는 등 실익이 없다는 점을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줬고, 이후 재판과 추가 혐의 조사 거부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며 '옥중전략'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형사소송법 205조에 따르면, 검사가 수사를 계속하는 데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구속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구속된 피의자의 검찰 조사 거부는 구속 연장 사유에 해당한다. 검찰은 한 차례 연장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동안 피의자를 구치소에 수감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1차 구속기간은 이달 31일까지다. 구속이 연장되면 4월 10일까지 구치소에 머물게 된다. 다만 지난해 다섯 차례 옥중조사에 모두 응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은 의미가 없을 전망이다.
현행법은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에 따르면, 검사는 피의자가 일체의 진술 또는 개개의 질문에 대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헌법 제12조에도 모든 국민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구속영장 집행 후의 조치를 다루는 현행 형사소송규칙 제49조에는 구속영장 기재 항목과 영장 서류 처리 방법 등을 다룬다.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현행법에 없다. 다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그 밖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예우'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 때부터 전직 대통령 수사의 선례를 참조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구속된 피의자의 강제조사와 묵비권 보장을 아우르는 세부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거인멸의 염려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피의자가 조사 자체를 거부해도 된다면 구속수감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구인하되 건강 등 사유로 불출석하면 검찰이 구치소장, 변호인 등과 상의해 특정 장소에서 조사 받도록 해야 한다"며 "구속된 피의자가 3회 이상 보강수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은 공소장 완성을 위해 강제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되, 조사에서 피의자의 묵비권 행사는 완벽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규칙 등에 세부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