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들이 비정유 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기존 정유 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 건설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벤처 투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는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RUC·ODC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돼 올해 4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며 "성공적 완공과 안정적 가동을 위해 전사적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RUC시설은 원유 정제 과정을 통해 원유에서 가스나 휘발유 등을 생산하고 남은 값싼 기름(잔사유)을 다시 한번 추출하는 시설이다. 잔사유를 통해 휘발유나 프로필렌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에쓰오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성장 기회도 찾는다. 알 감디 CEO는 "올해도 우리는 여전히 경쟁 심화,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고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와 전기자동차 기술 혁신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은 디지털 전환의 성공적 추진 및 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투자 로드맵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등 '비전 2025'의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실제로 이날 주총에서는 회사 정관 사업목적에 '벤처 투자 등 신기술사업 관련 투자, 관리 및 기타 관련업'을 추가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GS칼텍스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넓힌다.
GS 정택근 대표이사 부회장은 23일 주총에서 "GS칼텍스는 정유사업에 집중돼 있는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향후 약 2조 원을 투입해 올레핀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시설이 완공되면 GS칼텍스는 정유사업과 화학사업의 균형 잡힌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한다. 정 부회장은 "GS칼텍스의 설비 효율성 향상, 안전진단 강화 등을 통해 최적의 설비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GS EPS와 GS E&R는 2017년에 각각 준공한 900㎿ 규모의 복합가스 발전소와 1.2GW 규모의 석탄화력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전통사업인 석유 부문 외에 비정유 사업인 화학 및 윤활유, 신산업에 포함되는 석유개발 및 배터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0일 주총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지난해 영업이익 3조234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며 "회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불확실성의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딥체인지 2.0의 가시적 성과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도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성장 분야 중심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석유화학 설비 고도화, 서산 제2배터리 공장 7호기와 헝가리 배터리 공장 신증설, 고부가 포장재 사업 인수 등을 위해 3조원의 투자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는 올해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전년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신산업과 관련한 인수합병(M&A) 투자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셰일 개발업체 롱펠로우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향후 3년간 신산업 분야에 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추진을 앞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월 2020년까지 비정유 부문에서 영업이익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현재는 OCI와 합작해 추진 중인 카본블랙 공장 상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카본블랙 공장이 곧 완공을 앞둔 상태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고도화 비율이 국내 정유 업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카본블랙 공장까지 가동될 경우 수익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카본블랙 외에도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의 약 23%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