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중소기업 연봉 지원을 포함한 '특단의 한시 대책'을 내놓고 구조적 과제 대응을 예고했지만, 청년들은 장기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인다./오픈애즈
'결혼적령기'가 30대 중반에 이르고 출산율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장기적인 청년 실업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년간 중소·중견기업 취업자의 실질소득을 대기업 연봉 수준(평균 3800만원)으로 맞춰주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중소기업 대졸 초임 평균 연봉 2500만원에 세금 감면과 공제 등 혜택을 주면, 실질소득이 1035만원 이상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중소·중견기업에서 3년간 근무할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목돈 3000만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기존 재직자가 5년간 근무해도 내일채움공제로 약 3000만원을 모으게 된다. 정부는 사업에 필요한 추경안을 4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특단의 한시 대책'을 내놓은 배경은 '청년실업 쓰나미'다. 우리나라 20대 후반(25세~29세) 인구는 올해 11만명, 내년에는 8만3000명이 늘어난다. 여기에 30대 초반의 구직난이 겹칠 경우 실업 장기화로 인한 인적자본이 손실돼 '국가 성장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번 대책으로 18만~22만명을 추가 고용할 경우, 2021년까지 청년 실업률을 8%대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청년실업률은 9.2%였다.
◆'구조적 대응' 약속했지만…"아직은 불안"
정부가 이번 대책 외에도 산업·교육·노동시장 등 구조적 과제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청년의 시선은 불안하다.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안심하고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신모(30) 씨는 "3년 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와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질 텐데, 그 이후에 계속 중소기업에 다닐 경우 어떻게 될 지 불안하다"며 "결혼해서 아이 낳아 기르려면 3년이 아닌 30년 뒤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나온 대책 때문에 결혼과 출산율이 늘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 문제는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과 맞물린다는 의미다.
청년층의 결혼 기피 현상은 최근 들어 심화됐다. 2016년 통계청이 낸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미혼 인구 비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30대가 2010년 29.2%에서 2015년 36.3%로 7.1%포인트 늘었다. 남자는 40대(7.3%포인트), 여자는 30대(7.7%포인트)가 가장 많이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20~29세 미혼 인구가 86.8%에서 91.3%로 늘었다. 30~39세는 29.2%에서 36.3%로 증가했다. 남자의 경우 37.9%에서 44.2%로, 여자는 20.4%에서 28.1로 껑충 뛰었다.
1980년 5% 미만이던 30대 미혼율은 2000년대 들어 부쩍 높아져 평균 40%대를 바라보고 있다. 남성 미혼율은 이미 40% 중반에 다다랐다.
2015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자녀 출산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20대가 52.1%, 30대가 37.3%로 가장 높았다./오픈애즈
◆결혼적령기는 34살 "애 키울 돈이 없다"
이 같은 미혼 증가 추세 속에서 결혼 연령 역시 높아지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혼인 건수는 2만4600건으로 전년동월대비 3.1% 줄었다. 연도별로 보면, 2007년 34만3600건이던 혼인 건수는 점차 줄다 2011년 32만9100건으로 회복하는가 싶더니, 2016년 28만1600건으로 뚝 떨어졌다. 늦은 졸업과 취업, 경기 불황,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경제적인 이유로 자녀를 포기하는 비율 역시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자녀 출산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20대(52.1%)와 30대(37.3%)에서 가장 높았다. 향후 출산 계획이 있을 경우 희망 자녀수 역시 1~2명에 그쳤다. 20세~30세 미만 중 45.4%가 1명, 44.8%가 2명을 낳겠다고 답했다. 통계청의 '2017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5명으로 출생통계가 작성된 1970년(4.53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 적령기에 대한 생각은 '30대 중반'이 다수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남성의 결혼 적령기는 30세~35세 미만이라는 응답이 69.6%로 압도적이었다. 여성 역시 25세~30세 미만이 54.3%, 30세~35세 미만이 40.7%로 나타났다. 2015년 통계청이 낸 2014년 혼인·이혼 통계자료에서 남성 평균 초혼 연령은 32.4세, 여성은 29.8세로 나타난 점과 연계된다.
◆'청년기 문제' 아냐…생애정책 절실
학계에선 낮은 출산율과 높아진 결혼적령기, 실업률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생애주기에 따른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값은 높고, 맞벌이를 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급히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산업구조와 가계 소득을 결부시켜 출산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자녀 키우는 비용을 고려하면 아이를 2~3명씩 가질 수는 없다"며 "산업구조와 교육구조, 출산과 양육, 중·고등학교 교육비와 대학 졸업 이후 취업 정책이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