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뇌물죄,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10억원대 뇌물'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검찰이 최대 쟁점인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밝혀낼 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중앙지검은 14일 오전 9시 30분 이 전 대통령을 불러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인정 여부가 이번 조사의 쟁점이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2007년 11월~2009년 3월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달러(약 60억원)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본다. 이 전 대통령 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혐의가 그의 다스 실소유 여부에 달린 셈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 이전부터 다스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해왔다. 그는 이날 조사에서도 다스는 본인 것이 아니며 경영에도 관여한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수사 자료를 제시했는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법조계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한 국정농단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입증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도 검찰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구속기소)과 김희중 전 부속실장,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에게 전달된 국정원 특수활동비 규모를 17억5000만원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 달 5일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주범'으로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7대 대통령 당선 직전부터 재임 기간 동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 22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대보그룹으로부터는 5억원, ABC상사로부터는 2억원,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4억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같은 달 14일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 자료 파기 혐의로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구속기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영장에 이 전 대통령을 다스·도곡동 땅 실소유주로 적시했다. 이 전 국장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다스 소송 비용 대납 사실과 청와대의 대납 요청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또한 검찰은 다스가 2002~2007년 김성우 당시 사장 등 경영진이 하도급업체 지급 대금을 부풀리는 식으로 3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이 전 대통령에게 소명을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스 지분 중 기획재정부가 보유한 19.91%를 제외한 나머지 80.09%를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으로 의심한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다섯 번째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 받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앞서 국정농단 정점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1일 오전 9시 25분 검찰에 출석해, 같은 날 오후 11시 40분 검찰 조사를 마쳤다. 검찰 출석 14시간만이었다. 이후 조서를 검토하고 다음날인 22일 오전 6시 55분 귀가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60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13시간 동안 조사 받았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4000억원 뇌물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17시간 조사 후 귀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같은 해 노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혐의로 피의자가 됐지만 검찰 소환에 따르지 않아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