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뇌물죄,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10억원대 뇌물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사 시간이 관심을 끈다.
서울중앙검은 14일 오전 9시 30분 이 전 대통령을 불러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받았던 중앙지검 1001호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조사 받고 있다. 조사에는 부장검사 2명과 부부장검사 1명 등 3명이 투입됐다.
이날 조사에는 신봉수(48·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48·사법연수원 29기) 특별수사2부장, 이복현(46·사법연수원 32기) 특수2부 부부장, 검찰 수사관, 변호인 등이 참여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강훈·피영현·김병철 변호사와 수행비서 1명 등이 경호인력과 동행한다.
첨단범죄수사1부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 관련 횡령·배임, 소송비 대납, 직권남용 등 혐의를 수사해 왔다. 특수2부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민간부문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추적해왔다.
조사는 두 부장검사가 각자 맡은 영역에 관한 질문을 번갈아 하고, 이복현 부부장검사가 조서 작성 실무를 맡는 식으로 진행중이다.
오전 조사는 신봉수 부장과 이복현 부부장이 시작해 이날 오후 1시 5분까지 중단 없이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조사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배달한 설렁탕을 먹었다.
신 부장은 오전에 마치지 못한 조사를 이어가기 위해 점심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을 마주하고 있다.
이번 조사의 최대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여부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수를 차지하는 혐의는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액 60억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본인 소유도 아니고, 경영에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혐의 중 상당 부분을 다스에 집중한 검찰은 그가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검찰의 오전 질문 내용 역시 다스의 실소유 인정 여부에 집중됐다.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팽팽한 법리 공방이 벌어짐에 따라, 이날 조사는 밤 늦게나 15일 새벽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1일 오전 9시 25분 검찰에 출석해, 같은 날 오후 11시 40분 검찰 조사를 마쳤다. 검찰 출석 14시간만이었다. 이후 조서를 검토하고 다음날인 22일 오전 6시 55분 귀가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60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13시간 동안 조사 받았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4000억원 뇌물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17시간 조사 후 귀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같은 해 노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혐의로 피의자가 됐지만 검찰 소환에 따르지 않아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