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사진 / The Hair Doctors(해외)·편집 / 유재희 기자
# 직장인 A(29) 씨는 매일 아침 허전함에 눈을 뜬다. 애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머리숱이 적어서다. 화장실 배수구에 모인 머리카락을 보면 그의 수심도 깊어진다. 출근 전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져보지만,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머리털에 그의 이마는 점점 넓어지기만 한다.
20·30대 젊은층들이 탈모를 막기 위해 병원진료, 자가치료, 모발이식 등 탈모해결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머리는 달갑지 않은 외모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바로연'이 미혼남녀회원 10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소개팅 자리에서 기피하고 싶은 이성으로 대머리가 뽑혔다.
'탈모가 외모와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왼쪽)과 '탈모를 위해서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 조사자료/건강보험평가심사원
◆ 탈모로 대인불안까지 유발
8일 통계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 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급여현황(2016년 남자)'을 분석한 결과 탈모증(원형+안드로젠형)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약 10만4500명으로 개인당 평균 5.5번을 내원했다. 그들은 한 해 총 진료비로 약 138억원을 지불했다. 개인평균 13만2000원을 병원비로 사용한 셈이다.
탈모 증상을 인식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심평원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탈모 치료를 받은 한국인의 43.5%는 20·30대였다. 20대 환자는 2012년(4만1601명)과 비교해 2016년(4만3419명)에는 4.3%나 증가했다.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25~45세 사이 한국인 남성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 응답자 중 47%가 탈모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절반 이상이 30세 이전에 처음 탈모를 인식했다.
또 한국 남성들은 모발이 외모와 자존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모발이 '내 삶과 외모에 있어 중요하다(39%)', '자존감을 증가시키는 데 중요하다(12%)'고 답했다. 건강하고 풍성한 모발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응답자 중 37%는 건강하고 풍성한 모발을 위해 '1년간 음주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고.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16%에 달했다. 탈모를 치료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도 75%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한피부미용학회 관계자는 "탈모로 인해 사회적 인상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위축감과 적대감, 강박감 등으로 대인관계에서 대인불안이 나타난다. 이에 적절한 치료 병행과 현실적으로 탈모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으면 '전문의' 찾아라
국민건강관리공단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헤어케어 제품 등으로 자가치료를 시도하거나 병행하는 국민을 포함할 경우 국내 탈모 질환자는 1000만명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국내 탈모 질환자들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환자들과 비교해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기 전 헤어케어 제품을 통해 자가치료하는 횟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탈모 질환자는 탈모를 인지하고 병원을 찾기 전까지 평균 4.2회가량의 자가치료를 한다. 미국 3.4회, 일본 3.1회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증상이 보이기 전부터 꾸준히 예방 및 증상 개선이 나서는 것이 탈모예방에 도움이 된다.
탈모 인구가 증가하면서 탈모케어 헤어제품도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헤어케어브랜드 점유율 6%를 차지한 탈모닷컴의 2016년 매출은 206억3100만원으로 전년대비 125.5% 증가했다. 대기업들도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지난 3월 닥터그루트를 론칭하며 탈모관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아모스프로페셔널은 쑥 추출물로 피지와 노폐물을 제거해 탈모관리에 도움을 주는 녹차실감 샴푸액을 적극 프로모션중이다.
탈모 치료제 출시도 늘고 있다. 식약처에서 인정한 탈모약 성분은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 등이 있다. JW신약과 태극제약은 미녹시딜 성분의 '로게인폼'과 '모바린'을 각각 론칭했다. 지난달 동아제약이 약용효모 성분의 '카필러스캡슐'을 출시했으며 동국제약의 판시딜이 주도하고 있는 약용효모 기반 제품은 손상된 모발, 감염성이 아닌 손톱의 발육 부진, 탈모의 보조치료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자신의 탈모 진행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탈모가 서서히 진행된다면 우선 먹는 약과 바르는 약으로 탈모의 진행을 늦춰야 한다"며 "하지만 급격히 진행이 된다면 먹는 약과 바르는 약 이외에 메조페시아라는 탈모 주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탈모관리샵 대표는 "봄에는 황사로 인해 두피가 쉽게 건조해지고 각질이 일어나기 쉽다"며 "황사에 포함된 오염 물질은 두피의 모공을 막고 호흡을 방해해 모발이 가늘어진다. 황사로부터의 탈모를 막으려면 외출에서 돌아온 후 반드시 머리를 감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