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이 '무풍지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은행에서 특혜채용 등 의혹이 줄줄이 터지고 있는 반면 외국계 은행은 금융 당국의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될 정도다. 내부통제 장치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다.
8일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이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받은 '외국계 은행의 채용관련 내부통제 시스템 등 현황'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채용 과정에 내부통제절차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두 은행은 채용 전 과정에 견제·검증 장치를 두고 비리가 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처벌하는 게 특징이다.
SC제일은행은 채용 시 '3단 검증'을 한다. 먼저 채용 전 HR(인력개발)에서 채용 후보자에 대한 당행 고객, 정치인, 공직자, 당행 임직원 등과의 이해관계 유무 여부를 확인하는 게 1차 검증이다.
2차 검증에서부터는 '제3의 검증자'가 등장한다. 1차 검증에 따라 주요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HR뿐만 아니라 준법감시부 및 금융사고리스크관리부의 추가 검증을 실시한다. 채용 후 사후검증에서도 제3의 검증자가 채용 후보자 공고부터 최종 선발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무작위 샘플을 선정해 이상유무를 점검·보고한다. 점검결과는 리스크관리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한다.
검증 결과 채용 비리 등이 적발될 경우엔 '무관용원칙' 규정대로 임한다.
SC제일은행은 정규직, 비정규직, 인턴 등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청탁과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내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용 청탁 관련 임직원(청탁자, 청탁전달자, 부정청탁합격자 등)은 면직에까지 이를 수 있다. 만일 사후 검증 절차를 통해 최종 합격자가 신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부정 청탁에 연루된 합격자가 발견되는 경우엔 채용도 취소된다.
이 밖에 채용 관련 비리를 상시 신고할 수 있는 '스피킹 업(Speaking Up)'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씨티은행도 채용 과정에서 이해상충 여부를 점검해 채용토록 하는 '부패방지 고용 절차'가 마련돼 있다. 또 내부비리 신고제도의 절차 및 전담데스크가 도입·시행되고 있다. 의심사례(red flag) 감지 시 독립적인 준법감시체계를 통한 심층 사전 검토와 추가 승인절차가 이뤄진다.
채용분야를 포함한 인사업무에 대해 대주주 검사(Interneal Audit)가 정기 수시로 진행되고, 당행 리스크관리 프로세스에 따른 사후 검증도 실시한다. 부정청탁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윤리강령에 따라 위반한 직원은 징계 조치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이 같은 선진화된 채용 시스템을 운영해 금융 당국의 조사도 피해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19일 은행권 채용비리 적발을 위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당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점검 대상인 산은·기은·수은, 그리고 외국계 은행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의 채용 프로세스가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지만 일각에선 금융 당국의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나고 촘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CEO도 글로벌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가 오지 않고 인사 부문에선 비리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은행별로 채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단지 시스템이 도입됐다고 해서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