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택스 홈페이지 내 전자고지 안내메일 오발송 사과 안내문./서울시 이택스
우리은행이 최근 전산 오류로 서울시 세금고지서를 잘못 발송하면서 '103년 무(無)사고'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다행히 개인정보 유출 등의 고객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시금고 재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확실시됐던 승기(勝氣)가 꺾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세금고지서 '배달 오류' 사태는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울시금고 재계약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7개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수 금고제를 운영하고 있는 32조원 규모의 거물급 금고로, 우리은행이 1915년부터 103년간 단독으로 운영해 왔다.
입찰 때마다 다른 은행들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오랜 기간 우리은행이 맡아온 데다 이택스 시스템까지 개발·운영하고 있어 번번이 우리은행에 밀렸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2금고라도 차지하기 위해 복수 금고체제를 시행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다른 은행의 선정에 대비해 처음으로 이택스 재구축 가능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기관영업에 열을 올리는 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우리은행에 뺏긴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입찰에 도전했던 KB국민은행도 탈환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서울시 금고지기로서 입지가 굳건한 우리은행에서 세금고지서 전송 오류 사건이 터지자, 은행들의 물밑경쟁이 더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는 지자체 금고 중에서 은행권이 가장 탐내는 상징적인 기관"이라며 "1세기 넘도록 우리은행이 단독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의 반발이 높은데 이번 사태까지 터지니 (향후 금고선정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서울시가 이택스 시스템을 방대하게 사용하는 가운데 복수금고가 도입될 경우 해당은행은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하고, 이택스의 경우 회계간 자금이체가 빈번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분리하기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금고는 2014년엔 1월 29일 입찰공고가 났으나 시금고 업무 담당자 교체 등으로 일정이 한 달 이상 미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