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의 익명성이 강화됨에 따라 자금세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9기 2차 FATF 총회'에 참석해 가상통화를 활용한 자금세탁에 대한 대응조치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26일 밝혔다.
회원국들은 소유자 신원확인이 어려운 전자지갑과 무작위 거래발생으로 자금흐름의 추적을 방해하는 믹서 활용 등으로 가상통화 거래의 익명성이 강화됨에 따라 자금세탁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국가별 규제가 다르고 가상통화에 관한 국제논의도 부족해 FATF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FATF는 2015년 6월 제정됐던 가상통화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G20 재무장관회의에 가상통화 등 신기술이 야기한 자금세탁 위험성과 대응계획을 보고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대표단은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한국 정부의 사례를 발표하고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회원국들은 국제 첫 사례인 우리나라의 가이드라인에 관심을 표하면서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폐쇄한다 하더라도 가상통화를 통한 자금세탁의 위험은 잔존하고, 이 경우에도 금융회사를 통한 방지 노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가상통화 관련 FATF 국제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상호평가에서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슬란드 자금세탁방지 관련 국제기준 이행 점검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아이슬란드는 OECD 회원국이자 1인당 GDP 약 7만 달러 수준의 상당한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국제협력을 제외한 대부분 사항에서 FATF가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반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 능력을 평가하는 국가위험평가 및 그 결과에 따른 보완조치가 부실한 점이 전반적인 상호평가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과 관련한 수사, 몰수 실적의 부진, 법인·단체의 실제소유자 정보 공유 미흡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아이슬란드는 국제기준이 강화된 2012년 이후 실시된 상호평가에서 FATF 정회원 국가 중 최초로 고위험·비협조 국가에 대한 제재절차를 진행하는 ICRG(International Co-operation Review Group) 제재 절차에 회부됐다.
ICRG는 향후 1년간 아이슬란드의 후속조치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1년의 유예기간 후에도 개선이 미흡할 경우 아이슬란드가 ICRG 제재 절차 진행 중임을 전 세계에 공표하게 된다. 이 경우 아이슬란드는 자금세탁 위험 국가로 간주돼 각국은 해당국 국민 혹은 기업과 거래 시 강화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FATF는 국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평가 시 FATF 기준을 타국보다 완화해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평가기준 강화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2019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상호평가 대비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이 차기 부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중국은 부의장을 거쳐 제31기(2019년 7월~2020년 6월) FATF 의장국이 되며, 이는 아시아 국가가 의장국을 역임하는 4번째 사례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FATF를 주도하는 시기에 우리나라에 대한 FATF 기준 이행 평가 결과가 총회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중·일이 유사한 시기에 평가를 받으므로 상호 교류·이해 및 협력을 강화해 FATF의 엄격한 평가 과정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