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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학교 폭력,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한공주', '소셜포비아'를 잇는 또 하나의 화제작이 등장했다.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사회적 공감과 커다란 반항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두 영화에 이어 '제초제 음료 사건'을 모티브로 한 '괴물들'이 한국 영화계에 다시 한번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23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괴물들' 언론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김백준 감독, 배우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 오승훈이 참석했다.
영화 '괴물들'(감독 김백준)은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급우에게 제초제 음료수를 먹여 복수하려고 했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하는 소년과 원하는 건 어떻게든 가져야 하는 소년, 그리고 그 두 소년 사이에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백준 감독은 "대략 한 6년 전에 한 아이가 일기를 써놓고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요즘 아이들의 폭력이 이렇게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작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괴물들'은 10대들이 꼭 봐야할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욕과 폭력적인 장면을 넣은 것인데 심의에 걸렸다. 제작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악질적으로 변하는 학교 폭력의 변화 과정이었다. 현실감을 주기 위해 등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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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10대들의 이야기인 만큼 주인공 역시 충무로 연기파 청춘 스타들이 맡았다. 이원근이 구조화된 폭력으로 점철된 학교에서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소년 '재영'역으로 분했고, 이이경이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 내고야 마는 소년 '양훈', 오승훈이 '양훈'의 오른팔 '상철'을 맡았다. 또 신인 배우 박규영이 남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인 '보경'과 지적장애를 가진 순수한 소녀 '예리'로 분했다.
이원근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 역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몸무게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연약해보이고 싶어 살을 좀 뺐다"며 "내적으로는 10대의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어 연기 고민을 많이 했다. 재영은 절대 폭력을 미워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10대가 가지는 돌파구가 무엇일까 함께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해자 역을 맡은 이이경은 나쁜 폭력생이지만 아직 순수함을 가진 청소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는 "10대 악역이지만 말장난 등을 보면 아직 순수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못된 짓을 많이 해 순수한 면이 보이겠냐만, 이 친구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폭력성이라는 잔인한 성격 속에 가벼운 면이 있다는 것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이경은 "폭력과 언행의 수위조절과 관련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영화가 너무 무거워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약간의 장난기있는 에드리브를 가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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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이미지가 걱정됐는지 본인의 학창시절은 굉장히 조용했다고 밝힌 이이경. 그는 "검정고시 출신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우울증에 걸려 학교를 나왔고, 18살 때부터 나에겐 노란색 옥탑방 생활이 전부였다"고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한 오승훈 역시 "학상시절 농구 선수 생활을 했다. 영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10대 소년, 소녀들이 겪에 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괴물들'. 다루기 어렵고 힘든 소재를 설득력 있게 또 매우 아릅답게 그려내 기획 단계부터 영화계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회에서 학교 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되물림되고 있다. 김백준 감독은 "영화 속 '복수 역시 폭력이다'라고 말하는 형사의 조언은 상식적인 어른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실제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의 선택지는 별로 없다. 영화를 통해 '이렇게 해라'라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지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