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앱 통합, AI 챗봇 등 신기술 적용 뱅킹 주목…수익·효율은 지켜봐야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디지털 야심작 '신한 쏠'이 1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쏠은 뱅킹 앱 홍수 속에서 6개의 앱을 한데 모으고 각종 신기술을 탑재해 출시 첫날부터 주목을 받았다. 올해 한층 더 치열해진 금융권 디지털 쟁탈전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다만 효율성·수익성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깔끔하고, 편하고, 새롭고
신한은행은 22일 통합 모바일 플랫폼 '쏠(SOL)'을 정식 오픈했다. '쏠은 누구에게나 편리, 나에게 맞춤, 새로운 경험'이란 3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존 뱅킹 앱을 전면 재구축해 통합한 앱이다. 신한S뱅크, 써니뱅크 등 6개 앱으로 나뉘었던 금융거래를 쏠에 집중해 '원 앱 전략'으로 구현했다.
우선 구성이 깔끔하고 이용이 편리해졌다. 메인화면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로패널'을 적용했으며, 기본 색감도 화이트여서 시원하다. 채팅 중에도 키보드에 표시된 신한은행 버튼만 누르면 20여초 만에 송금이 가능한 '키보드 뱅킹'도 있다.
신한은행이 22일 공식 오픈한 '쏠'의 기본 화면 및 AI 챗봇 '쏠메이트' 실행 화면.
새롭게 선보이는 뱅킹 방식도 눈길을 끈다. 뱅킹과 상담업무가 동시에 가능한 AI 챗봇 '쏠메이트'는 고객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답변이 어려운 경우엔 톡상담사를 연결해 준다. 톡상담사 연결 시 대기고객수, 대기시간 등 대기현황 정보도 안내한다.
이 밖에 휴대폰을 흔들거나 정해진 패턴을 그려 원하는 메뉴를 바로 실행하는 '모션 뱅킹', '히든제스처'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로그인 절차는 간편비밀번호, 패턴, 바이오인증, 이용자, ID, 공인인증서, 페이스 ID(아이폰x만 가능)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쏠은 위 행장이 취임 후 1년여간 공을 들인 작품이다. 위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자마자 디지털전략본부를 신설하고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본부장급으로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모바일 플랫폼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비대면 거래 급증추세를 읽고, 디지털 분야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다.
특히 우리은행에선 '위비 시리즈', 하나은행에선 '하나멤버스' 등으로 치고 나오고 있어 '한 방'이 필요했다. 아울러 위 행장이 카드회사 사장 출신의 '디지털 전략가'로 불리는 만큼 성과물에 대한 기대도 컸다.
위 행장은 신한카드 사장 시절에도 빅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서비스인 카드 '코드나인'과 모바일 플랫폼 '판'을 선보이며 그룹의 디지털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위 행장은 쏠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상반기 워크숍에서 "슈퍼앱(쏠의 가칭)을 통해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자"고 독려했다. 이어 이달 2일 열린 디지털 콘퍼런스에선 직접 쏠을 공개하며 "쏠은 신한은행 디지털 영업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첫날 반응은…호불호 엇갈려
위 행장의 전략은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은행이 제공하는 지나치게 많은 앱에 지쳐있던 고객들이 '통합 앱'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 쏠 출시 이후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앱은 S알리미, 신한S뱅크 미니, 엠폴리오 자산관리, 신한 모바일승앤 앱, 신한S기업뱅크 등 6개로 줄었다. 국민은행이 11개, 우리은행이 13개를 운영하는 것에 비해 절반 가량 간소해진 셈이다.
출시 첫 날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리뷰에는 최고점인 별 다섯 개의 평가가 다수 이어졌고, 유저들은 쏠에 대해 '빠르고 편하다', '앱이 하나로 줄어서 좋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앱을 합친 만큼 무게가 무거워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리뷰 작성자 A씨는 "앱이 합쳐져 속도가 너무 느려졌다. 예전보다 살이 찐 느낌이라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작성자 B씨는 '차별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B씨는 "디자인만 차별화된 것 같다. 변화를 주고 싶다면 내부를 신경써달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각에선 쏠의 기술적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AI 챗봇, 키보드 뱅킹 등은 이미 다른 은행에서도 제공하는 서비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 행장을 중심으로 1년이나 준비한 야심작이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긴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워낙 다양한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은행들이 쫓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익성, 차별성 등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