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중학생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이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학에게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을 통해 A(당시 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낮에 목 졸라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딸과 A양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옮겨 유기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14살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졸피뎀 성분의 마약류를 먹이고, 의식을 회복하기 전에 다시 마약류를 투입해 24시간에 걸쳐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정신을 잃게 했다"며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욕실로 데려가 씻긴 뒤, 자신의 가운을 입히고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등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짓밟는 행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 A양이 깨어나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고, 귀에 '미안해, 내가 지옥에 갈게'라며 사이코패스 같은 이야기를 하고 넥타이로 목을 감는 등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고 질타했다.
A양의 사체를 안방에 둔 채 딸과 태연히 볶음밥을 해먹고, 알몸 상태인 A양을 낭떠러지에서 집어던진 점에 대해선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정신지체에 이르는 장애는 관찰되지 않았고, 사건 전반을 기억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강제추행 및 살해 당시 정신이 상황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약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영학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영학이 피해자 유족에게 미안하다며 수차례 반성문을 쓴 데 대해서도 "진심으로 우러나왔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형을 덜 받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인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미성년자 유인, 사체유기)로 함께 구속기소 된 딸(15)은 장기 6년에 단기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받는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할 수 있다.
재판부는 친구가 성적 학대를 당할 것을 알고도 유인하고 수면제를 건넨 이영학의 딸에 대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고, 피해자 어머니와의 통화에서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태연히 말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며 "피해자가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점도 망각한 채, 그의 사망을 알았음에도 집에서 밥을 해먹고, 이영학의 지시대로 가방에 사체를 넣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로 보아, 피해자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그의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근본적인 사회공동체를 현저히 저해하는 일을 진행했다"며 "친구들 사이의 믿음도 무너지게 해, 주변 친구들조차 고통을 안은 채 살아가게 됐다"고 질타했다.
이영학이 허위로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 도움을 준 혐의(사기)로 기소된 이영학의 형은 징역 1년, 이영학의 도피에 도움을 준 혐의(범인도피)로 기소된 지인 박모 씨는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이영학은 지난해 6∼9월 아내 최모 씨에게 남성 10여명과의 구강성교를 강제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매매 알선, 카메라 이용 등 촬영), 최씨와 자신의 계부가 성관계를 맺도록 한 뒤 계부가 최씨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무고), 지난해 9월 최씨를 알루미늄 살충제 통으로 폭행한 혐의(상해)로도 기소됐다.
최씨는 이영학으로부터 폭행당한 직후 집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영학의 계부는 최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영학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불치병 환자인 딸 치료비로 쓸 것처럼 홍보해 후원금 9억4000여만원을 모은 것으로 조사돼,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