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째 비어있는 동소문동의 행복기숙사 공사부지 / 인턴기자 유재희
저소득층 대학생의 주거지원을 위한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립이 1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지난해 동소문동 행복기숙사의 건축허가를 성북구청으로부터 받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 진행에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 동소문동 현장을 방문해보니, 현재 아파트 주민들은 기숙사 건립 이후 생길 공사현장의 소음과 위험요소, 기숙사의 대학생들로 인한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과 아파트 경비가 말하는 주민들의 속사정은 달랐다.
주민들은 기숙사 건립이 집 값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단 측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기숙사를 설계해 건축허가를 받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사현장 인근과 아파트 단지 일대에 걸려있는 기숙사 건립 반대 플래카드 / 인턴기자 유재희
◆ 공사부지 뒤 일부 동만 반대…건립 반대의 진짜 이유는 '집 값'?
이날 예정 부지 근처에는 "대학 기숙사는 대학 안으로", "아이들 교육권 해치는 공사현장" 등 인근 주민들이 내 건 플래카드가 확인됐지만, 이와 달리 단지 내 공인중개사가 설명하는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달랐다.
공인중개업자 A씨는 "같은 단지의 같은 평수여도 매매가가 다른 것은 조망권과 일조권의 차이인데. 짧은 거리에 11층 규모의 기숙사가 들어서면 212동의 조망권이 가려진다"고 말했다.
212동은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매매가 가장 높다.
이어 그는 "입주민들은 212동에 가장 비싼 돈을 주고 들어왔다"며 "기숙사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다른 동에 비해 212동의 거래 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도 "단지 내에서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기숙사 공사부지 뒤에 위치한 212, 214동뿐"이라며 "또 같은 동에서도 조망권이 가려지지 않는 높은 층의 입주민들은 관여하지 않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기숙사 건립 후에 생길 교육권이나 안전, 교통에 끼칠 여파보다 사실 떨어질 집값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건축설계상 조망권 침해가 없다는 결과로 건축허가가 된 마당에 집 값을 염려하는 주민들이 다른 이유라도 잡고 있는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파트 단지에 대해 설명하는 공인중개업자 /인턴기자 유재희
◆ 재단·구청 관계자 "집 값 영향 확실하지 않아"…"갈등 자체가 아파트 값에 영향줄 수도 있어"
이러한 주장과 달리 성북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것도 확실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도 기숙사건립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건축 설계상 주민들이 염려하는 조망권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기숙사 사업팀의 김영찬 총괄팀장도 "이 사업은 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만 받는데 10개월이 걸렸다"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건축설계에 충분히 녹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민간사업도 아니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사업"이라며 "이제는 주민들께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재단은 그동안 주민들과 협의를 위해 여러 가지 타협안도 제시해왔다. 등·하교 시간에 중장비 이동시키지 않겠다는 타협안을 비롯해 기숙사 설계에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 및 진동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채택하고 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배드민턴장, 공동사용 텃밭 등을 설계에 반영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오히려 이러한 재단 측과 주민 간의 갈등이 공론화돼 부동산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걸 수도 있다"며 "만일 기숙사 건립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학가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장모 씨(22·여)는 "뉴스에서 보니 기숙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결국 아파트 가격 떨어지는 걸 걱정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조속히 해결이 되어 생활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공공기숙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소문동 행복기숙사는 지난 2014년 문을 연 홍제동 행복기숙사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추진되는 연합기숙사다. 행복기숙사 사업은 저소득층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또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가 49만원(2017년 8월 '다방'어플 분석자료)인 것에 비하면 행복기숙사의 월세는 19만 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행복기숙사의 입주권은 학교 구분 없이 형편이 어려운 서울 지역 대학생 750명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져 서울지역의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거주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