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그동안 수집·정리해온 민요 1만8000여 곡과 일체의 관련 자료를 서울시에 무상 기증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8000회 이상 방영된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수집한 전국 민요 1만8000여곡을 기증받는다고 20일 밝혔다. 기증 자료에는 방송에 사용된 녹음장비와 답사노트 등 채집 관련자료 일체도 포함된다.
이번에 기증된 민요는 MBC가 지난 1989년부터 전국 139개 시·군 904개 마을에서 2만여명을 만나 담아낸 곡들이다.
MBC는 민요 채집에 앞서 마을 이장을 통해 사전조사와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는 자료에 고인이 된 소리꾼의 인적정보·사진 등 관련 정보도 빠짐없이 담겨 인류학적 측면에서도 그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요는 일정한 지역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부르던 노래로, 그 지방 특유의 정서와 소박한 특징을 보여준다. 2012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도 강원도의 향토민요 '아라리'를 비롯해 60여 종 3600여곡에 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은 1920년대 민요의 요소를 차용해 창작한 대중가요의 일종인 신민요다.
향토민요는 전문 소리꾼이 부른 신민요와 달리 민중을 통해 불린다. 이 때문에 지역과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달라져 노랫말이 풍부해지고, 노래 안에 지역의 삶과 정서, 언어적 특징까지 고스란히 담긴다.
시는 이렇게 확보한 북한의 민요·판소리·산조자료를 통해, 건립을 추진중인 '돈화문민요박물관(가칭)'에서 북녘의 우리 소리를 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승호 MBC 사장은 20일 오후 4시 신청사 6층 영상회의실에서 '돈화문민요박물관 민요자료 기증 업무협약'을 맺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오래 전부터 사라져가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힘써 온 MBC와의 상생 협력 기반이 구축됐다"며 "MBC가 무상기증해준 귀중한 자료를 토대로 전통문화 저변확대와 대중화에 힘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승호 MBC 사장도 "공영방송 본래의 정신 되살려 애써 모으고 지켜온 민요자료 일체를 기증하고자 한다"며 "돈화문민요박물관이 누구나 우리 민요의 맛과 멋을 느끼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MBC는 우리 문화 보존과 공익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 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