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하나, 전년대비 배당성향 감소…씨티은행, 배당 유보 취소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당국의 '고배당 자제' 권유에 배당 성향을 줄이는 추세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점을 대폭 줄이는 대신 배당을 유보하겠다던 씨티은행은 전년과 비슷한 규모의 배당을 결정하는 등 은행별로 제각각 행보를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2017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늘었으나, 배당성향은 오히려 줄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이 돌아가 투자 매력이 늘어난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9 도입과 바젤Ⅲ 자본규제 강화에 따라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며 고배당 자제를 언급하자, 은행들은 배당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2조9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그러나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876억원으로 결정하면서, 배당성향이 전년 대비 1.22%포인트 감소했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31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전년 보다 38.3% 성장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전년 보다 53.1% 증가한 2조368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이익을 실현하면서 배당 총액을 각각 7667억원, 4588억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배당성향은 각각 23.15%, 22.53%로 전년 대비 각각 0.08%포인트, 0.83%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매년 고액 배당 논란이 있었던 씨티은행은 지난해(1146억원)에 이어 올해도 10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결정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소매 대상 영업점을 126개에서 36개로 대폭 줄이는 대신 투자를 위해 배당을 유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한 주당 295원, 우선주 한 주당 34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938억9133만원이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35%로 다소 낮아졌으나, 국내 시중은행 배당 성향이 20%대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이 9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배당금 전액이 국내에서 빠져나가 해외 본사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씨티은행은 배당 후에도 높은 수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