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로 늘어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한동안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에 대한 부담감이 증시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코스닥은 장 초반 874.48까지 상승했다가 장 마감 직전 829.96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무려 5% 이상의 변동폭을 보였다. 코스피 역시 2481.20으로 시작한 지수가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며 2396.56에 마감했다. 지난 6일에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장 초반 4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증시 향방에 대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장중 변동폭을 1167포인트까지 키우면서 변동성지수(VIX)는 50포인트를 상회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들이닥쳤던 2008년 12월과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던 2015년 9월 이후 최고치다.
한국과 미국의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데는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 호황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과감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7일 "아무리 금리 인상이 우려되더라도 경제 호황 속에서 이러한 하락장이 연출되는 상황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증시 변동성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마진 데빗(Margin Debt·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빌린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3.4%까지 치솟았다. 정보기술(IT) 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 3월 말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마진 데빗 규모가 2.3%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말에는 2.5% 수준에 불과했다. 그 어느 때보다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한 상황이다.
한국의 신용거래융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뜻한다.
지난 5일 기준 해당 자금은 11조4248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7조30억원)과 비교해 63.1% 늘었다.
심지어 증권사 대출한도 소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용공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빌려줄 수 없는 상황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시장금리에 따른 위험이 부각되고 있어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주가가 반등하면 '손실축소'를 위한 매도 압박이 커질 수 있어 설 연휴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증시는 당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기관투자자들도 이달 들어 KODEX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3000억원어치를 털어내는 등 과감한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내에는 새로운 상승장이 없다"며 "한동안 주가가 시들시들하게 내려가는 장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