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KB국민은행 본점, KEB하나은행 본점./각 사
-금감원 채용비리 검사결과 발표…CEO 거취 영향 우려, KB·하나 반발
은행 채용비리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민간은행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작성한 리스트가 있다며 이를 검찰에 넘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은행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국민·하나·부산·대구·광주 등 5개 은행에서 채용비리 의심사례 22건을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금융당국의 칼날은 KB금융과 하나금융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면접 과정에서 특정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특정 대학 출신의 지원자 점수를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같은 당국의 검사 결과가 나오자 은행들은 반박 해명을 내놨다.
국민은행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채용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 하나은행도 "채용비리 사실, 특혜채용 청탁자,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 점수 조작 사실이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금감원도 팽팽히 맞섰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일 "여러 가지 채용비리 상황을 확인해 검찰에 결과를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계속해서 정면충돌로 치달으면 결국 당국와 은행이 법정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번 채용비리 문제가 사실상 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앞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지 2주 만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주요 은행이 물어 설 수 없는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결국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법정까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은행의 채용비리 혐의 확인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각 은행이 사전에 작성한 VIP 리스트는 확보했지만 청탁자와 특혜채용 지시 주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산업 자체가 규제산업이지만 정부 지분이 없는 은행 직원 채용의 경우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다면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공기업을 넘어 은행, 민간기업에까지 채용비리 수사가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