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9명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서울거주 여성 2000명을 조사한 결과, 88.5%(1770명)가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30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11월7일~21일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20세~60세 이하, 데이트 경험이 있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피해자 중 22%는 '위협 및 공포심'을, 24.5%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답했다. 10.7%는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피해를 입은 190명 중 37.4%는 '병원치료'까지 받았다.
데이트폭력은 유형별(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폭력, 신체적폭력, 성적폭력)로 시작 시기는 다르지만, 대부분 사귄 후 1년 이내에 폭력이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46.4%는 '상대방과 결혼'했고 이중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시는 ▲데이트폭력 유형별 피해실태(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유형별 폭력 시작시기와 폭력 방법 ▲피해자의 느낌 ▲조치사항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 ▲전문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분석했다.
피해자에 대한 행동통제는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로 가장 많았다.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언어·정서·경제적 폭력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한다'(42.2%)가 가장 높았다.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 완력이나 흉기를 사용함'(14.7%),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찍음'(13.8%)과 같은 피해도 나타났다. 성적 폭력이 시작된 시기 중 1년 미만이 59.5%를 차지했다.
데이트폭력에 본인이 취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4개 유형 모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 데이트폭력 피해를 쉬쉬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신체적 폭력에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왔지만, 이 역시 9.1%에 머물렀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와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많았다.
피해자가 전문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해도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지원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 원인으로는 과반 이상의 여성이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시민들은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피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70.9%)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올해 '데이트폭력 상담 전용콜'(02-1366)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의료비, 법적지원, 피해자 치유회복과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한 데이트폭력 예방교육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데이트폭력은 그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임을 이유로 피해를 선뜻 밝히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로 인해 데이트폭력을 당하고도 문제해결 없이 결혼하고 가정폭력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발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번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토대로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의 연장선상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인식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