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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연애·결혼·출산·통합은 '강요'…"386 가치관 흔들린다"

오픈애즈



한국사회를 지탱하던 결혼·출산·통합 관념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학계에선 기성세대의 '걱정'이 청년에게 '강요'로 다가오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작사가 김이나 씨는 지난 1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국가의 숫자를 위해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혼했는데 어째서 아이를 낳지 않았느냐', '결혼하고 아이 낳지 않아서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라는 가수 김흥국 씨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지 않아도 '왜 안 낳았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대학원생 신기섭(30)씨는 "나의 선택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치환하는 이런 질문들에 반발심이 든다"며 "이런 선택은 어째서 맞거나 틀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강요 섞인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물질적 현실 외면하는 '강요성 질문'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혼인 건수는 1만7400건으로 전년보다 20.9% 감소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32만9100건이던 혼인 건수는 점차 줄다가 2016년 28만1600건으로 뚝 떨어졌다. 늦은 졸업과 취업, 경기 불황,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결혼을 기피하는 대학생 비율도 늘고 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7월~8월 2~4년제 대학 학부·대학원생 1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61.9%가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안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2012년의 43.8%보다 18.1%포인트 늘어난 숫자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서(44.5%)'와 '경제적 문제 때문(37.3%)' 순으로 답했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9.9%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이를 두고 물질적 조건이 결혼과 출산 관념을 뒷받침했던 '386세대(1960년대생·80년대 학번)'의 가치관이 같은 이유로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 '1987' 속 청년들이 장년층이 되면서 과거 사회와 통일을 보던 관점으로 청년과 소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 청원 참여자가 24일 오후 5만3745명을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청와대 누리집 캡처



고려대 교수인 황명진 공공사회학회 부회장은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물리적인 환경에 대한 구성원의 의식구조에 대응 못하는 문화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며 "물질적인 현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시기와 장소에서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인구의 비율이 동시대 구성원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의식과 의미도 만든다"며 "청년들의 의식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존 관념체계와 문화는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빈 해리스는 힌두교에서 소가 숭상 받는 이유를 환경적인 요소와 관련지은 학자로 유명하다. 소는 잡초만 먹여도 농사에 유용하고, 대변은 연료이자 유용한 거름으로 쓰이는 등 경제적인 중요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청년에게 강요 말고 '의미'줘야

흔들리는 '386 가치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알앤써치가 지난 2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9세 이상 20대와 30대의 반대 의견이 각각 54.9%와 51.3%로 과반을 넘었다. 40대와 60대 이상의 반대 의견은 각각 34.2%와 44.7%였다. 청년층의 단일팀 반대 의견에 대해 알앤써치는 "당사자의 이해를 구하지 않은 '통보정치'에 대한 실망감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황 교수는 "1980년대 가치관을 대통령이 유지하려 드는 모습이 이번 하키 팀 문제로 불거진 것"이라며 "이런 식의 가치체계 강요가 지금 청년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유용한지 의미있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 국가에 대한 충성을 30년 전 문화나 이념으로 강요하지 말고 청년만의 이념을 만들도록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인구 감소를 청년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지금 한국 사회의 높은 집값과 부족한 보육시설, 학창시절의 심각한 경쟁, 높은 교육비 등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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