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 최종안을 논의하고 확정하고 있다./금융위원회
LTV 60%↑규제강화, 가계-기업 예대율차등, 경기대응완충자본…3~5년내 가계신용 감축 기대
정부가 가계·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린 돈을 기업 등 생산적 부문에 흐를 수 있도록 '금융권 자본규제 3종세트'를 도입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60%를 초과하는 고위험 주담대에 대한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예대율 산정 시 가계·기업 간 가중치(±15%)를 차등화한다.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도 도입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런 내용이 담긴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권 자본규제 등 개편 방안'을 통해 3~5년 내 가계대출을 최대 40조원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가계대출에 대한 낮은 자본규제 부담이 시중자금을 가계·부동산 부문으로 배분되도록 유도하고, 금융사가 주담대 등 '손쉬운 영업'에 안주하는 관행을 심화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고위험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인다. 주택가격 하락의 잠재리스크 등을 감안해 BIS 등 자본비율 산정시 LTV 60%를 초과하는 주담대의 위험을 적정하게 인식하기로 했다. 은행·저축은행의 위험가중치는 현행 35~50%에서 70%로, 보험의 위험계수도 현행 2.8%에서 5.6%로 상향한다.
은행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차등화한다. 가중치 수준을 ±15%로 할 경우 시중은행 전체 평균 예대율은 98.1%에서 99.6%로 상승한다. 가계대출 가중치를 높이고 기업 대출 가중치를 낮추면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시 예수금을 더 많이 쌓아둬야 한다.
당국은 시행 전 유예기간 6개월을 부여하고 올 하반기부터 달라진 예대율 산정 방식을 적용한다. 다만 기업대출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예대율 산정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계신용의 과도한 팽창을 제어하기 위해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도 도입한다. 가계부채 증가속도,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금융위가 '적립비율'을 결정하면 은행별로 가계신용 비중에 따라 추가 적립하는 식이다. 가령 금융위가 가계대출에 1% 자본적립을 결정하면 전체 신용 중 가게신용 비중이 50%인 은행은 0.5% 추가 자본적립을 해야 한다.
가계신용 편중리스크 평가도 강화한다. 금감원의 은행 리스크 관리 실태평가 시 '가계부문 편중리스크' 평가를 신설해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리스크가 적정하게 인식될 수 있도로 계량·비계량 평가지표를 추가·보완한다.
가계대출은 규제를 강화하는 반면, 기업금융은 인센티브를 높여 활성화한다.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선 신규 자금 지원 등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정해 준다. 또 은행 경영실태평가 시 경영관리 부문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을 신설해 별도의 평가 가중치(5%)를 만들어 중소기업 신용대출에 인센티브를 준다.
중소·벤처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주식 집중 보유에 따른 위험액 가산을 면제해주고, 신용 공여 시엔 대출자산의 위험 수준에 따라 건전성 부담이 차등화되도록 한다. 코스닥 주식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개별위험값 6~12%에서 5~10%로 하향 조정한다. 아울러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은 다른 업권에 비해 과도한 기업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는 대부분 과제가 업권별 감독규정 등 하위규정 개정사항인 만큼 1분기 이후 후속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방안을 통해 적어도 3~5년 내 최대 40조원 내외의 가계부문 대출 감축 유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자본규제 개편방안에 이어 혁신모험펀드 조성,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 동산담보·기술금융 활성화 등 생산적 금융을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