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구천을 떠돈다는 말을 한다. 구천을 떠돈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혼이 떠돈다는 말이다. 죽은 혼이 구천에 머무는 것은 윤회를 하지도 못하고 극락에 들어가지도 못해서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사람이 목숨을 다하고 이승을 떠난 뒤 49일이면 중유가 끝나고 다음 생이 결정되지만 모든 혼에게 다음 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혼은 구천에서의 행로는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혼에게 편안한 안식이 있기 힘들다. 이승을 떠나서도 혼은 자신이 머무를 곳을 찾게 된다. 영혼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무언가를 호소한다.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면 어느 누구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사람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니 마음이 진정되기 어렵다. 시간이 제법 지나고도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부분이 남아 있거나 힘든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면 돌아가신 분도 편안해지고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우환이 없어지게 된다. 오래전에 어머니 장례를 치른 A씨가 얼마 전에 상담을 청했다. 어머니 말년에 후회가 없을 정도로 정성으로 봉양을 했고 편안하게 노후를 모셨는데도 아직도 무언가 잘못한 듯한 느낌이 자꾸 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어머니에게 자식노릇을 제대로 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젊어서 혼자 된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느라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A씨는 학교를 다닐 때 친구를 때려 속을 썩였다. 졸업을 하고 나서 취직은 하지 않고 어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이런저런 사업을 벌인다고 날린 게 한두 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무 소리 없이 아들의 성공을 빌어주곤 했다. A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이제야 그런 일들이 새삼스럽게 마음을 괴롭힌다고 했다. 그런 미안함 또는 죄스러움 때문인지 어머니가 자꾸 꿈에 보인다는 것이다. 천도재는 이승을 떠나신 분을 위해 드리는 제례이다. 사람이 일생 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며 업을 만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아가신 분도 그렇고, 그 분과 이 세상에서 함께 인연이 이어져 있는 사람도 그렇다. 천도재는 돌아가신 분이 남긴 업이 있으면 풀어주어 그 업에 묶이지 않게 해준다. 또한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힘든 마음을 풀어주어 안정과 평안을 찾아준다. 천도재를 지내게 된 A씨는 자신의 말처럼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던 탓인지 지극 정성을 기울였다. 천도재를 드린 후 A씨는 한 눈에 보기에도 마음이 아주 편안해 졌음을 알 수 있다. 자식으로서 어머니에 대한 정성을 드렸을 뿐인데 그래서인지 하던 사업도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확연했다./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