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의 주요 내용의 화면을 그림으로 따라 그려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마스터발그림.'/유튜브 화면 캡처
#. "우리 정 과장(정준하)의 아이 이름을 지어봅시다…. 박명수 씨, 이름에 '자'를 붙이면 어떡합니까(웃음)."
김모(33)씨는 최근 유튜브(YouTube)에서 3분짜리 분량의 MBC '무한도전' 명장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시청한 동영상은 '마스터발그림'이라는 게시자가 본방송의 화면을 연속 재생 그림으로 대체한 '[무한도전] 정과장 아들 작명하기'다. 지난해 12월 28일 업로드 된 이 영상은 16일 오전 조회수 65만7053회를 기록했다. 김씨는 "본래 영상을 그림판으로 그린 장면마다 각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해서 본방송의 재미를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편집 동영상에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 화면을 그림으로 대체 '인기'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장면을 1~2분 단위로 잘라내 공유하는 방식은 익히 알려져 있다. 유튜브가 지난 2008년 도입한 콘텐츠 검증 기술(Content ID·CID)을 피하기 위해 본래 화면보다 영상 크기를 줄이고 남은 공간에 움직이는 이미지(눈 내리는 모습 등)를 넣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최근에는 이런 단계를 넘어 해당 장면을 윈도우즈(Windows) '그림판' 앱으로 그려 넣는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마스터발그림처럼 기존 예능 프로그램 화면을 그림으로 대체하는 '총몇명' 계정의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이 계정은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에서 강호동이 등장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대체했다. 마스터발그림과 다른 부분은, 게시자 본인을 상징하는 '궁예' 캐릭터를 영상 중간에 등장 시킨다는 점이다. 게시자 본인 것으로 추정되는 웃음소리도 넣었다.
앞서 대중에 널리 알려진 사례는 '장삐쭈'다. 이 계정은 수십년 전 발표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자신의 목소리 연기를 넣어, 본래 내용과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드는 점이 웃음 유발 요소다.
구독자 수 68만2000여명인 장삐쭈 영상의 조회수는 1억7711만9600여회에 이른다.
장삐쭈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예능 'SNL(Saturday Night Live Korea)' 속 애니메이션에 목소리로 출연하기도 했다.
◆손으로 베껴도 "저작권 침해"
법조계는 이같은 콘텐츠 상당 부분에 저작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해당 영상물 대부분은 저작권 가운데 복제권과 전송권 침해로 보인다"며 "아주 일시적으로 사용했다면, 현행법에 따라 저작권 효력이 제한돼 침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제권은 복사와 녹음, 녹화 등으로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할 수 있는 권리다. 저작물의 일부를 복제하는 경우에도 해당 저작물의 창작성이 있는 부분을 복제하면 복제권 침해가 된다. 기계적인 방법이 아닌 수기 역시 복제에 해당한다.
전송권은 인터넷 등 정보 통신망을 통해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이나 음반을 제공하거나 송신하는 데 대한 권리다.
저작권법 제35조에 따르면,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정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2009년 한 어린이가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는 장면이 부모의 블로그에 게시돼 복제·전송 중단 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내용이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했지만,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반면, 해당 영상을 이용해 광고 등 영리활동을 할 경우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지 않아 문제 될 여지가 있다. 마스터발그림과 총몇명, 장삐쭈의 게시물에는 광고가 포함돼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저작권자가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 변호사는 "(저작권) 침해자가 저작권 침해로 얻는 이익이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소송 비용이 더 나온다"며 "일반 민사소송도 원고가 얻고자 하는 금액이 일정 금액 이하라면, 포기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 비용과 시간 낭비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