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항목 18개→6개, 치료 이력 5년→2년 축소…가입자가 보장대상 의료비 30% 부담
#. 3년 전부터 척추측만증으로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는 A씨(45세)는 일반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거절됐다.
#. 갑상선 항진증약을 복용하는 B씨(55세)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신청했으나, 약 복용을 이유로 가입이 거절됐다.
앞으로 위 사례의 A씨와 B씨 모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금융 당국은 치료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의 실손의료보험 문호를 확대하고, 보험료가 과도하게 높지 않도록 보완장치도 마련했다.
일반·노후 실손의료보험과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의 병력 가입심사 요건 비교./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16일 금융감독원, 금융개발원, 보험업계와 함께 지난 1년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새로운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손의료보험은 약 3300만명이 가입한 '국민 보험상품'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사적 안전망이다. 그러나 치료 이력이 없고 건강한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당국은 투약만으로 관리 중인 만성질환자와 지금은 완치된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개발했다.
이 상품은 기존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심사항목을 18개에서 6개로 줄였다. 기존엔 위험한 취미 여부, 음주·흡연 여부 등도 따졌으나 앞으론 병력 관련 3개 사항, 직업, 운전 여부, 월 소득만 본다.
치료 이력 심사 대상기간도 5년에서 2년으로 줄인다. 5년 발병·치료 이력을 심사하는 중대질병도 10개에서 1개(암)로 축소한다. 암은 의학적으로도 5년간 관찰을 거쳐 완치 판정하고 전이·합병증 등이 광범위해 부담보나 보험료 할증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에 포함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추정./금융위원회
가입 심사항목·보장에서 투약 여부도 제외된다. 기존엔 간단한 투약만 하고 있는 경증 만성질환자도 사실상 가입이 불가능해 노후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57.4%가 만성질환 등으로 인해 투약 중이어서 가입이 저조했다.
새롭게 만든 상품에선 투약 여부를 가입심사 항목 및 보장범위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고혈압 등 약을 복용 중인 경증 만성질환자가 유병력자 실손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만성질환자 등이 단순 처방을 위해 진료를 받는 것은 유병력자 실손 가입 시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보장범위는 대다수 질병·상해에 대한 진료행위를 보장하는 '착한 실손의료보험' 기본형과 동일하게 했다. 다만 3개 비급여 특약인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등은 제외했다.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장대상의료비 중 가입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금액의 비율은 30%로 설정했다. 가입자가 최소한 입원 1회당 10만원, 통원 외래진료 1회당 2만원을 부담하도록 해 무분별한 의료이용 등에 따른 보험료 상승을 막았다.
다만 노후 실손의료보험에 도입된 우선공제 방식은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해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의 월 보험료는 50세 기준으로 남자 3만4230원, 여자 4만8920원이 될 것으로 보험개발원은 추정했다.
유병력자 실손은 가입심사가 완화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상품인 만큼 보험료가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자기부담률 30%, 최소 자기부담금 설정 등 보완장치를 통해 보험료 상승 요인을 30.5% 축소했다.
보험료는 매년 갱신되며, 3년마다 유병력자 통계 축적, 국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경과 등을 반영해 보장 범위·한도 등 상품구조를 변경한다.
금융위는 보험회사의 상품 출시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오는 4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 상반기 중 실손의료보험 상품 간 연계방안(단체-개인 실손, 일반-노후 실손)을 마련·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 손주형 보험과장은 "이번 상품 출시로 그동안 실손 가입이 어려워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할 위험에 노출됐던 유병력자와 경증 만성질환자에 대한 보장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이라며 "고령화 진전에 따라 증가하는 유병력자·만성질환자의 의료비 리스크를 분산해 실손의료보험의 사적 안전망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