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故)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맞아 11일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설치한 인권현장 바닥동판./서울시
서울시가 고(故) 박종철 열사의 31주기인 이달 14일에 앞서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인권현장 바닥동판을 설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대 언어학과 2학년이던 박종철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하다 숨을 거뒀다. 당시 경찰은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박 열사의 고문 은폐를 시도했다가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을 건드렸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인근에 있는 대공분실은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군사독재 시절 수 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끌려가 강도 높은 고문을 당한곳이다.
이후 경찰은 2005년부터 남영동 청사에 '박종철 기념전시실'을 열고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공분실 건물 외부 출입구 근처 바닥에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역삼각형 형태(가로·세로 35㎝)로 동판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민주화운동 당시 1288명의 학생이 구속 당한 '10·28 건대항쟁 자리' ▲민주인사 등에게 고문수사를 했던 국군보안사 서빙고분실 '빙고호텔 터' ▲일제강점기 여성인권을 탄압한 대표적인 기생조합인 '한성권번 터' ▲미니스커트·장발 단속 등 국가의 통제와 청년들의 자유가 충돌했던 '명동파출소' ▲부실공사와 안전관리 소홀로 49명의 사상자를 낸 '성수대교' 등 5곳에도 인권현장 바닥동판 설치를 마쳤다.
이로써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인권현장 바닥동판은 총 45개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인권현장 표석화 사업(인권서울기억)'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1894년부터 2000년까지 인권사의 역사적 현장 가운데 시민·전문가 추천,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최종 62곳을 선정했다. 2016년에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4·18 선언'이 있었던 안암동 현장, 호주제·동성동본 혼인금지제도 폐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39개소에 바닥동판을 설치했다.
앞서 2015년에는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서울시청 앞 녹지대에 인권조형물 1개소와 남산 옛 안기부 자리에 인권현장 안내 표지판 9개소도 설치했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시민 반응과 전문가 의견을 검토하고 관련 기관과 협의절차를 거쳐 인권현장 바닥동판을 점진적으로 추가 설치해나가겠다"며 "바닥동판 설치는 물론, 인권현장을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도보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해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인권현장에 얽힌 사연과 아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