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공개 반발하는 경향을 보여 '수사 편의주의'를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임에도, 검찰의 관행과 구속을 처벌로 인식하는 국민 정서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이른바 '적폐수사'에 돌입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검찰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공개 반발한 사례는 10여건에 이른다.
지난달 28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구속 영장 기각 직후 검찰은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매달 특수활동비 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수석이 국정원 자금 수수 사실을 인정했고, 증거 인멸 우려도 높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군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 영장이 기각돼 검찰이 반발했다.
법원은 김 전 기획관의 역할과 관여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와 가족 관계 등을 고려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법원이 해당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했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해 9월 8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영장 기각에 대한 입장을 내고 정면 공격에 나섰다.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영선 전 행정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국정원 댓글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련자 등의 영장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된 점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전담 법관이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8조와 구속 사유를 정한 제70조에 따라 구속영장 재판을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이 같은 의견 표명에는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있다고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잊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런 모습이 수사 편의주의적 관행과 여론의 힘을 등에 업으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사정기관 출신 법조인은 "검찰이 구속을 좌우하던 옛날에는 검사가 영장 기각한 판사 집에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영장 실질 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 도입으로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의 죄가 무거워서 실형 선고가 거의 확실하거나 신병 확보 못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 도망 혹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는 영장이 꼭 필요하다"면서도 "일단 붙잡아 높고 조사하면 편하다는 수사 편의주의적 관행이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장 심사하는 법관도 괴롭다"며 "법이 정한 기준과 판사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면, 불구속 수사 원칙을 무시한 비난이 쏟아진다"고 섣부른 여론재판도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에도 검찰 수사 관행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일었다. 변 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관련 혐의로 구속 전 영장 심사를 앞두고 서초동의 한 빌딩에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