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내 소화전 앞이 창고로 사용되는 모습./서울시
충북 제천 화재 사고 이후에도 서울시내 목욕탕 상당수가 안전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달 22일~28일 서울시내 찜질방과 목욕장 319개소를 소방특별조사(불시점검)한 결과, 120개소에서 소방 법규 위반 사항 330건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불시 점검은 지난달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진행됐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제천 화재사고의 경우 20명이 사망한 2층 여성사우나는, 피난통로에 목욕물품 선반을 설치, 피난통로를 막아놓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질식사 했다"며 "유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점검은 제천 화재 당시 2층 여성사우나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소방특별조사반에 여성소방공무원을 포함한 72개 반 144명이 편성돼 진행됐다.
특별조사반은 ▲비상경보설비와 방송설비 등 화재경보설비 정상상태 유지관리 여부확인 ▲피난통로 상(복도중점) 장애물 설치 여부 ▲목욕용품 선반 등의 피난로 상 적치로 인한 긴급피난 장애 여부 등을 살펴봤다.
조사반 단속결과 319개소 중 120개소에서 위법사항 330건이 적발됐다. 소방재난본부는 46개 대상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74개 대상에 시설물 원상복구 조치명령과 기관통보조치를 했다.
방화문을 철거한 자리에 설치된 합판이 피난 통로를 막고 있는 모습./서울시
주요 위반사항은 ▲목욕장이나 찜질방내에서 비상구로 나가는 피난통로상에 장애물을 설치하거나, 합판을 설치해 화재시에 대피가 불가능한 상태로 적발된 곳이 38건 ▲방화문에 이중덧문(유리문)을 설치해 방화문을 열고 나갈 수 없게 한 곳이 7건 ▲한증막이나 탈의실에 피난구 유도등을 미설치하거나 철거한 상태로 적발된 곳이 8건 ▲방화문을 목재문으로 교체한 곳이 1건 ▲영업장 내부구조 임의 변경이 5건 ▲수신기 정지 2건 ▲유도등 점등 불량, 스프링클러 헤드 불량 등이 269건이다. 방화문은 1시간 이상 화재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소방재난본부 특별조사반 관계자는 "목욕장이나 찜질방의 경우 탕비실·탈의실·휴게실·수면실 등 여러 용도로 구획되어있어 내부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화재로 연기가 차면 내부구조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피난통로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건물 소유주나 관계인은 비상시를 대비해 피난통로 상에는 장애물이 없도록 관리하여야 하며, 유도등이나 휴대용 비상조명등의 정상 작동여부도 항시 점검해야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화문에 유리문을 이중으로 설치해 놓은 사례가 다수 적발 되었는데, 방화문에 덧문을 설치하는 것은 모두 소방관련 법령 위반"이라며 "비상구 문은 피난 방향으로 밀어 열수 있어야 하는데, 덧문은 당겨서 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화재 시 다수가 일시적으로 몰리면 문을 당겨 열지 못해 대피하지 못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화재 감지기가 비닐에 싸여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서울시
서울 소방재난본부는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나타난 소방안전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로티형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용접 작업 시에는 불티 비산 방지망을 반드시 설치토록 지도하며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소방차 통행로면 표시 ▲소방통로확보와 현지적응 훈련 등을 강화 해나갈 방침이다
정문호 소방재난본부장은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반면교사로 삼아 목욕탕과 찜질방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소방안전관리를 강화해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소방법령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으로 소방안전관리에 허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불시 소방특별조사 등을 통해 안전관리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