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전 세계에 피해 실상을 알렸으며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인 이용수 할머니./서울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 이용수(89) 할머니가 '2017년 제야(除夜)의 종' 타종에 나선다.
서울시는 이용수 할머니와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인정받은 늦깎이 과학자 박은정(50·여) 교수 등 시민대표 11명이 31일 자정 종로 보신각에서 타종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타종에 나서는 시민 대표에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수색작업 후유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고(故)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39) 씨 ▲지난 4월 '낙성대역 묻지마 폭행'으로부터 시민을 구해 낸 의인 곽경배(41) 씨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편리한 손수레와 광고 수익을 안겨 드린 박무진(26) 씨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에서 태어나 인종 차별을 딛고 패션계 기대주로 성장한 모델 한현민(17) 군 ▲1996년부터 세운상가에서 산업용 기기 수리업 외길을 걸어오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나호선(60) 씨 ▲보신각 뒤에서 37년간 작은 식품가게를 운영해 온 신종균(61) 씨 ▲방송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로 동물과의 공존법을 가르쳐준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33) 씨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으로 '청소년 희망도시 서울' 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서은송(20·여) 씨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도 선정됐다.
시민 대표 11명은 사회 각계에서 올 한 해를 빛낸 인물들로, 서울시 누리집 등을 통한 시민들의 추천과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사회를 정의롭고 안전하게 만든 의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며 사회를 훈훈하게 만든 인물,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선 인물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타종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매년 정례적으로 참여하는 고정인사 5인(서울시장·서울시의회의장·서울시교육감·서울경찰청장·종로구청장)도 참여한다. 4명씩 편성된 4개조가 총 33번 종을 울린다.
새벽 종을 33번 치는 전통은 조선 초기에 시작됐다. 조선은 태조 5년(1396)부터 도성의 4대문(숭례문·홍인지문·숙정문·돈의문)과 4소문(혜화문·소덕문·광희문·창의문)을 일제히 여닫기 위해 종을 쳤다. 새벽에 치는 종을 '파루(罷漏)'라 하고, 저녁 종을 '인정(人定)'이라 한다.
파루는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구하기 위해 33천(天)으로 분신하는테서 유래했다. 오전 4시께 통금 해제를 알리고 도성 8개 문을 열어 하루를 시작한다.
인정은 고대 천체를 동서남북 4궁으로 가르고, 각궁을 다시 7등분한 28구(區·또는 28수) 내 별자리 수에 따라 28번 타종한다는 의미다. 오후 10시께 통행 금지를 위해 알리는 종이다.
이날 종로 보신각에는 축하공연과 박원순 시장의 신년 인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식전 행사로는 서울시민들이 한 해를 보내는 소감을 담은 영상 '2017 인생사진'과 서울주니어합창단의 공연이 열린다. 타종 후에는 밴드 럼블피쉬의 새해맞이 공연이 열린다.
서울시는 타종행사로 인한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지하철과 버스 막차 시간을 2시간 연장한다.
타종 행사에 모이는 인원이 약 10만명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하철은 종착역 기준으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운행횟수도 총 162회 늘린다.
시는 행선지별로 막차 시간이 다른 만큼, 역사 내 안내문을 통해 사전에 막차 출발 시간을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경기·인천행 막차는 자정 전에 운행이 종료된다.
보신각 주변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39개 노선 막차는 다음날 새벽 1시 전·후로 출발(보신각 인근 정류소→차고지 방향)한다. 종로를 지나는 심야전용 '올빼미버스' 9개 노선(N13·N15·N16·N26·N30·N37·N61·N62·N65)도 정상 운행한다.
보신각 주변 도로의 차량 진입은 통제된다. 행사가 열리는 31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30분까지 종로·우정국로·청계천로 등 보신각 주변 도로에 차량이 들어설 수 없다. 해당 구간을 지나는 버스 역시 우회 운행한다.
서울시는 보신각에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만큼, 폭죽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과 합동으로 폭죽과 폭죽 노점상을 집중 점검한다. 시는 보신각을 찾는 시민들이 폭죽을 가져오거나 현장에서 구입해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타종행사 관련 내용은 서울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120다산콜센터 또는 시 역사문화재과, 교통정책과로 하면 된다.
행사에 따른 교통 통제구간과 대중교통 정보는 서울 교통정보 누리집과 모바일 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