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선 열차 내 행선안내게시에 역 번호가 역명과 함께 표기된 모습(예시)./서울교통공사
#지난 여름 서울을 찾은 스페인 관광객 다니엘라(Daniela)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Seoul Nat'l Univ.)에서 내렸다. 그러나 알고보니 다니엘라가 내린 곳은 영문표기가 비슷한 교대역(Seoul Nat'l Univ. of Education)이었다. 열차에 설치된 행선 안내 게시기에 역 이름과 번호가 함께 표출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역사 환승안내표지판과 열차 내 행선안내게시기의 역 이름에 역 번호를 추가 표기하는 사업을 내년 시범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공사에 따르면, 현재 역 번호는 승강장 안전문 상단과 열차 내 호선별 노선도, 승강장 역 명판 등에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역 번호를 병기한 새로운 환승안내표지판은 내년 하반기 중 선릉역에 설치된다. 선릉역은 2호선과 분당선의 환승역이다. 현재 지하철 환승안내표지판에는 종착역 등 주요역의 역명만 표기되어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 번호가 표기되면 환승하는 노선의 주요역을 몰라도 역 번호만으로 환승 방향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열차 내 행선안내게시기에도 역 번호 병기를 추진한다. 서울대입구역(Seoul Nat'l Univ.)과 교대역(Seoul Nat'l Univ. of Education)처럼 외국어 표기가 유사한 역명을 외국인 승객이 혼동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사는 이같은 표기를 1~8호선 중 2호선 행선안내게시기에 우선 반영한다.
이번 사업은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9월 지하철의 안전과 서비스 강화를 위해 공모한 대학생의 아이디어다. 동양대학교 철도전기융합학과 박철휘 씨는 "역 번호를 활용하면 언어와 무관하게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며 "남은 역 수와 소요 시간 또한 쉽게 환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전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은 역 번호 병기 아이디어 외에도 5가지가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우수 아이디어에는 ▲RFID(전자태그)와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시각장애인 안내 ▲사물인터넷과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지하철역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열차 안내 방송 시스템 ▲여행경로 발매기 프린팅 서비스 ▲저소득층에 환승권한 할인 판매 등이 선정됐다. 공사는 소요 예산과 관련 기관 협의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우수 아이디어 추진을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역 번호 병기에 따른 승객의 반응과 이용 편의성 등 효과를 분석해 전 호선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역 번호를 통한 행선지 찾기가 활성화되면 승강장에 들어섰을 때 열차의 종착 방향이 행선지 방향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어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