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쇼핑의 성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역에 '뷰티 전쟁' 서막이 올랐다.
값비싼 부지에 300여평(1090㎡) 이상의 대규모 점포를 신규로 내세우며 뷰티편집숍 경쟁을 본격화한다는 분석이다.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외관 전경. /김유진 기자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지하 1층 전경. /신세계백화점
◆백화점 밖으로 나온 '시코르'
지난 22일 신세계백화점이 자사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강남역 한복판에 선보였다. 강남권 최대 어학원 밀집지역인데다가 경기도 광역버스 정류장 등이 있는 이 곳은 국내 최고의 트래픽을 자랑하는 부지로 꼽힌다. 하루 유동인구만 25만명이 넘는다. 영화관, 식당 등 다양한 상점이 즐비한 국내 최대 상권으로 잠재고객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코르는 지난해 12월 대구신세계를 시작으로 강남점(센트럴시티 내부), 부산 센텀시티점, 광주점에 잇따라 매장을 냈다. 이번 매장은 오픈 1년만에 백화점을 벗어난 '플래그십'이다.
이번에 오픈한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은 강남대로 금강제화 빌딩 1층에 들어섰다.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4개층으로 각 층마다 테마에 맞게 꾸몄다. 영업면적은 1062㎡(321평)이다.
역대 시코르 중 가장 큰 규모로 오픈하는 이번 매장은 나스, 맥, 바비브라운, 메이크업포에버, 슈에무라 등 럭셔리 제품부터 SNS에서 핫한 K코스메틱까지 총 250여개의 뷰티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매장은 다양한 컨셉의 셀프바 등 체험형 공간으로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여가공간으로 떠오를 예정이다. 스킨케어나 색조 제품을 자유롭게 셀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뷰티 스테이지를 별도로 구성된 것은 물론 전문 아티스트가 상주하는 스타일링바와 눈썹을 손질해주는 브로우바도 마련돼있다.
기존 시코르 매장이 '셀프 케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매장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존(zone)이 눈에 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메이크업 스튜디오도 설치하는 동시에 관련 키트를 구입하면 금액에 따라 두피케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받을 수 있는 공간도 구비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매장에 화장품 기프트 자판기, 디지털 콘텐츠를 담은 키오스크 등을 도입, 차별화를 시도한다.
독특한 인테리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장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계단에는 화장품이 쏟아지는 듯한 인테리어 장식이 눈에 띈다. 또 지하 1층에는 수십개의 거울로 둘러싸인 '미러 스페이스'가 있다.
바비 인형의 집을 연상시키는 핑크빛 소품들도 여자들의 시선을 강탈시킨다. 헤어살롱 기구와 쇼파등 마치 테마파크에 온 듯한 다양한 오브제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놀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 들어온 신세계백화점의 란제리 편집숍 '엘라코닉'도 다른 뷰티편집숍과 다른 편집 구성으로 꼽힌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2030 여성들의 놀이터이자 중소 뷰티 브랜드의 등용문이었던 시코르가 드디어 백화점 밖에서 고객들을 만나게 됐다"며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은 강남 지역 K뷰티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올리브영 강남본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큐레이션의 진수 '올리브영'
앞서 지난 9월말 국내 드럭스토어 업계 1위 올리브영도 강남역 중심 상권에 신규 오픈했다. 이번에 선보인 '올리브영 강남본점'은 명동과 부산에 이어 세 번째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다.
강남본점은 상권의 특성과 체험 요소를 강화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큐레이션' 콘셉트가 특징이다. 단순히 많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선보인 것뿐만 아니라 비슷비슷한 상품들 속에서 고객이 원하고 어울리는 것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극대화했다.
올리브영은 대한한국을 대표하는 '트렌드 1번가' 강남 상권에 걸맞게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큐레이션을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업계 최초의 스마트 스토어, 세부 카테고리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차세대 모델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올리브영 강남본점은 약 991.7㎡(300평) 규모를 자랑한다. 매장은 총 4개층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전문성을 강화한 메이크업, 스킨케어, 헤어·바디케어 등은 물론 올리브영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4층은 고객 대상 건강·미용 클래스 공간으로 마련해 쇼핑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까지 주목된다.
시코르와 마찬가지로 1층은 '색조 메이크업'이 돋보인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오픈 이후 한 달간 매출을 살펴보면 색조 메이크업 제품이 약 4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층에는 스킨케어 전문 공간이 마련, 피부 나이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해주는 디바이스 '스마트 미러'도 배치했다. 반대편 스킨케어존에는 기초, 클렌징, 마스크팩, 썬케어 등 상품을 좀 더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큐레이션 했으며 게임을 통해 샘플을 받을 수 있는 '코스메틱 벤딩머신'도 인기다. 바디케어 제품도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세면대도 배치했다.
3층에는 올리브영이 지속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남성 그루밍존이 단독 공간으로 자리했다. 올리브영은 면도용품과 화장품, 보정속옷 등 강남본점을 시작으로 남성 전용 카테고리를 한층 세분화해 나갈 계획이다. 헤어 셀프바와 향수존을 비롯해 라이프스타일존의 상품 구성도 돋보인다. 이 곳에서는 애완용품과 다육식물, 음향기기, 리빙소품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강남본점은 트렌드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차별화를 추구하는 젊은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곳곳에 올리브영만의 강점이 녹아있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롭스'도 강남역 인근에 가장 큰 규모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입구 앞 색조 메이크업을 전략적으로 배치했으며 운동기구와 체중계 등 헬스 관련 제품들도 대거 입점했다.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1층. /신세계백화점
올리브영 강남본점 1층 전경. /CJ올리브네트웍스
고객들이 올리브영 강남본점에서 특별 프로모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