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실형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신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 받은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신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2년을,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롯데시네마 직영 매점을 서씨나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임대 형식으로 넘겨 778억원(신 회장은 77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들이 서씨와 신 이사장 등에 대한 경제적 지원 목적으로 저렴한 임대수수료와 수의계약 등 유리한 계약을 맺게 해, 롯데쇼핑을 위한 경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이득액이 입증되거나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아 특경법 대신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반면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등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신 전 부회장에게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지급(특가법상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신 전 부회장이 다수 급여 지급 계열사에 이사로 등기돼 있어, 경영상 책임을 직접 부담한 점이 근거였다.
신 회장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한 혐의에 대해서도 자금조달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융 관련 사업인 피에스넷의 악화된 재무구조가 지속될 경우 사업기반 자체가 위태로웠을 것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사실혼 관계인 서씨 모녀와 신영자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액면가에 넘겨 서씨 등이 706억원대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하게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서씨에 대한 조세포탈에 대해 무죄로 보고 신 이사장에 대한 혐의는 면소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씨가 2000년~2006년 연평균 62.4일만 국내에 머무르고 2007년 1월 영주권을 취득한 점 등을 들어, 국내 증여세 납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봤다.
신 이사장의 경우 증여재산 취득 시기인 2006년으로부터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난 뒤 공소가 제기돼 면소로 봤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계열사들을 사유물로 여긴 채 합리적 판단 없이 사적 이득을 추구해 임직원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신용을 훼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거목으로 경영인의 거울이 돼야 하는 위치임에도 법질서를 준수하지 않아 법률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선고 직후 법원을 빠져나가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항소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판부 결과을 존중한다"며 "롯데그룹은 모든 임직원이 더욱 합심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무죄가 선고된 범죄 사실들을 집중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범죄액수를 2086억원, 신 회장은 1245억원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