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vs상업 계파갈등, 채용비리 사태 등 최대 과제…잔여지분 매각, 금융지주사 전환도 시급
'민선 2호' 우리은행장에 손태승(사진) 글로벌부문장이 내정됐다. 내부 출신인 손 내정자가 차기 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어수선한 조직이 빠르게 안정을 이뤄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계파갈등과 그로 인해 불거진 채용비리 사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손 내정자는 취임 후 뿌리 깊은 내홍을 다스리고 내부 융화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잔여지분 매각과 금융지주사 전환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 계파 갈등과 채용 비리
우리은행은 임추위 측은 "손 내정자는 글로벌부문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IB, 자금시장 외환 등 전 부문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성과와 추진력이 높다"며 "안정적으로 은행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부문에서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은행의 미래 수익원을 창출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손 내정자의 선임에 우리은행 직원들은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반기고 있다.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는 우리은행 전 부행장 경력이 있으나 2009년을 마지막으로 금융권을 떠나 '사실상 외부인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손 내정자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계파갈등과 채용비리로 꼽힌다. 이 중 근본적인 문제가 계파갈등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옛 한빛은행)하면서 보이지 않는 내홍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은행장 또한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가면서 맡아왔는데,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광구 행장까지 상업은행 출신이 잇따라 행장에 오르면서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초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한일은행 출신이 맡을 것으로 기대됐던 수석부행장 자리마저 없애 버리면서 한일 출신 인사들의 불만이 커졌다. 결국 이 갈등은 '채용 비리' 사태로 번졌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 문건이 한일 출신 인사가 제보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당 문건엔 특혜 채용을 의심할 만한 기재사항이 담겨 있다.
한일은행 출신인 손 내정자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당장 내홍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묵은 계파 갈등과 후진적 인사 문화가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제2의 채용 비리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현재 우리은행이 채용 비리와 관련해 세 번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연루된 인사 처벌, 재발 방지 등의 해법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잔여지분 매각·지주사 전환
'완전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도 최대 과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29.7%를 7개 과점주주에게 매각하며 민영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여전히 예보가 대주주(18.5%)로, 나머지 지분까지 털어내야 완전 민영화를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은행 주식 4732만 주(지분율 7%) 매각 대금을 내년도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수입으로 계획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안에 잔여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우리은행이 채용 비리 의혹으로 인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CEO(최고경영자) 공백이 생긴 점 등을 고려해 지분 매각을 내년도로 넘겼다.
손 내정자가 취임하면 잔여 지분 매각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가 문제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장중 최고 1만965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10월 중순까지 1만7000~1만8000원선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채용비리 의혹이 터진 후 하락세를 타며 현재 1만6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시중은행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지주사 전환도 선결 과제다.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연내 지주사 신청 후 내년 상반기 중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미 신한·하나·KB는 금융지주사를 운영하고 있다. 성장에 방점을 찍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비은행 자회사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선 우리은행도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임추위 직후 손 내정자는 "고객이 만족하는 은행, 주주에게 보답하는 은행, 시장에서 신뢰받는 은행, 직원이 자부심을 갖는 은행을 만들어 2020년에는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