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검찰이 압수수색 하고 있다./뉴시스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가 전직 국정원장과 '문고리3인방'에 이어 현직 국회의원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활비가 정계 로비에 쓰인 정황이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20일 오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실과 경북 경산 사무실, 서울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던 2014년께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1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이병기 전 원장의 승인을 얻어 최 의원에게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 역시 2014년 10월께 최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이 전 실장의 보고를 승인했다는 취지로 '자수서'를 써 검찰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원장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당시 야당 의원들이 국정원 특활비 축소를 요구한 데 대한 대응을 도울 적임자로 최 의원을 선택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정원이 예산 편성권을 쥔 정부 책임자에게 특활비를 건네 대가성을 지닌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다. 최 의원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고리 3인방' 역시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검찰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등 혐의로 20일 구속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 측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달 5000만원~1억원씩 국정원 특활비 33억원을 상납받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안 전 비서관은 남재준 전 원장과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상납을 요구하거나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을 정기적으로 건네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상납에 개입한 33억원 가운데 남 전 원장 재임 당시 6억원, 이병기 전 원장 시절 8억원, 이병호 전 원장 때는 19억원이 해당한다고 봤다.
이들 원장들은 구속됐거나 재차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남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은 지난 17일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됐다.
반면 이병호 전 원장은 도망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같은날 영장이 기각됐다. 이병호 전 원장은 이틀 뒤인 19일 검찰에서 9시간에 걸쳐 조사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그가 16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상납 지시를 자백한 이유와 진위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세 사람이 국정원 특활비 40억여원을 박 전 대통령에 상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등 혐의가 있다고 본다.
이밖에도 검찰은 특활비를 매달 300~500만원씩 받았다고 조사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진박 감정 여론조사에 관여한 현기환·김재원 전 정무수석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대한 자백과 소환조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짐에 따라, 상납 고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곧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 방문 조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