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사회 1시간 만에 종료, 27일 추가 이사회서 결정될 듯…'낙하산' 눈총에 민간출신 유력
은행연합회가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첫 이사회를 열었다. 역대 회장 12명 중 9명이 관료 출신이었던 만큼 이번엔 '민선 회장'으로 노선이 바뀌는 분위기다. 최종 숏리스트(압축후보군)는 이달 27일 정기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 숏리스트 27일 발표…추천 후보는 "…"
은행연합회는 15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천받는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현행 은행연합회 정관은 22개 회원사의 은행장으로 구성된 사원총회가 차기 회장을 추대하게 돼 있다. 총회 전 시중은행·특수은행·지방은행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데 이날은 비상임이사 11명 중 8명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는 하영구 회장을 비롯해 이동걸 산업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등이다. 대리 참석이 불가능한 만큼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우리은행장은 불참했다. 일정상의 이유로 박종복 씨티은행장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한 시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행장들의 의견까지 추가로 듣고 후보군을 정한 뒤 검증 과정 등을 거쳐 이달 27일 숏리스트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은행장들이 차기 회장 후보로 누구를 추천했는 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달 30일 하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은행연합회는 28~29일쯤 사원총회를 열어 후임 회장을 추대할 것으로 보인다.
◆ 13대 회장은 '민간 출신' 유력
차기 회장은 하 회장에 이어 민간 출신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은행연합회의 역대 회장이 대부분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투명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 1984년부터 현재까지 은행연합회 역대 회장 12명 중 7명이 기획재정부 출신, 1명이 한국은행 출신이다. 민간 출신 인사는 국민은행장을 지낸 이상철 회장(5대)과 한미은행장을 지낸 신동혁 회장(8대), 한미은행장과 씨티은행장 출신의 하영구 현 회장(12대)뿐이다.
2014년 국회에서 '관피아(관료+모피아)' 지적을 받으면서 9년 만에 민간 은행장 출신이 은행연합회를 이끌게 됐으나 최근 금융권에 관료 출신 인사가 줄줄이 선임되면서 다시 불안감이 높아졌다.
현재 은행연합회 회장 하마평에 나온 인물의 대다수가 관료 출신이기 때문.
후보로 거론되는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는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원 등을 거쳤다. 홍재형(79) 전 경제부총리는 재무부 출신으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부총리 겸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윤용로(62) 전 외환은행장도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민간 출신 후보 중엔 신상훈(69)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유력하다. 신 전 사장은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자리를 옮긴 뒤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2010년 신한 지주 내부에서 발생한 권력다툼인 '신한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최근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밝혀지면서 각종 인사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는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CEO(최고경영자) 인사에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 은행연합회는 인사 때마다 구설수에 오른 기관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민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민간 출신 가운데 유력후보인 신상훈 전 사장은 인맥 관리와 리더십 부문에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은행연합회장이 되면 각 은행의 의견을 반영하고, 조율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