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3분기 누적 순익 및 은행 수익 비중.
3분기 대출 성장 위주 호실적·M&A로 몸집 불려…증권·카드사 등 비은행 부문 수익 높일 듯
3분기 실적 잔치를 벌였던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강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금리 상승기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대출로 돈 버는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 대부분의 지주가 은행에서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비은행의 경쟁력을 키우는 곳이 승기(勝旗)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KB금융지주,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조3836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1985억원) 대비 35.3%(2조1851억원) 늘었다.
이들 금융지주에선 '은행'이 전체 순익을 견인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도 은행에서 꾸준히 대출 자산이 늘어난 영향이다.
은행만 따져볼 때 신한·KEB하나·KB국민·우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6조42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조3860억원)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도 지난 연말 이후 3분기 연속 상승세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행 대출에만 수익을 의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신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 아울러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7개월 만에 기준금리(1.25%)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시장금리도 상승세다.
지주사들이 '비은행 강화'에 주력하는 이유다. 현재 금융지주들의 수익 비중은 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신한·하나·KB금융지주,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부문의 순이익 비중은 평균 80.5%를 차지한다. 수익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내고 있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특히 은행 비중이 높다. 하나금융은 올 3분기 누적 1조54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하나은행에서만 98.2%(1조513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당초 김정태 회장이 2025년까지 비은행부문 비중을 30%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으나, 외환은행 인수 여파로 자본여력을 줄어들면서 M&A(인수·합병)나 유상증자를 시도하기 어려웠기 때문.
우리은행도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1조3785억원) 가운데 은행 개별 순익이 93.5%(1조2885억원)를 차지했다.
신한과 KB의 은행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3분기 기준 은행의 순익 비중을 보면 신한은 63.5%, KB는 66.8%까지 떨어졌다. 신한은 부동산 자산관리사인 신한리츠운용을 출범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키웠고, KB는 KB증권의 출범과 KB손해보험 인수 등으로 이익기반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지방금융지주의 경우 더 심각하다.
BNK·DGB·JB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9082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 중 은행 비중이 평균 93%에 달한다.
BNK금융의 경우 은행 비중이 99.7%에 달할 정도로 부산·경남은행에 수익이 치우쳐있다. DGB금융지주도 전체 수익의 97.8%가 대구은행에서 나온다. 그나마 JB금융지주에서 전북·광주은행의 수익 비중이 전체의 81.3%로 나은 수준이다.
이에 DGB금융그룹은 최근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결정하고 '은행+증권사' 복합 점포 등을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BNK도 증권업 전문가인 김지완 회장을 선임한 이후 비은행·비이자 부문 확대를 위해 WM총괄본부를 신설하는 등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중금리대출 등으로 워낙 판이 커진데다 당국에서 규제에 나서면서 더 이상 이익을 내기 힘든 실정"이라며 "지주사들이 비은행 계열사와의 복합점포, 연계영업 등을 비롯해 M&A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