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내부 출신, 10년만의 외부인사 전망…대주주 예보, 임추위 참여 여부 주목
'채용비리, 한일·상업 간 계파 갈등, 정부 잔여지분 매각, 금융지주 전환….'
굵직한 과제를 안게 될 우리은행장 후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외부냐, 내부냐다. 행내에선 조직 안정을 위해 내부 출신 인사가 중용되길 기대하고 있으나 계파 갈등이 불거져 현직 행장의 사임으로 이어진 만큼 제3의 외부 인사가 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이광구 행장이 '채용 비리' 논란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행장 인선에서 최대 관심사는 '지원 자격'이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지난 1월 차기 행장 공모 자격을 최근 5년간 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의 전·현직 부행장, 부사장급 이상 임원과 계열사 대표이사 등 내부 인사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공모 대상을 외부에까지 넓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행장의 사임으로 이어진 '채용 비리' 사태가 사실상 내부의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에서 촉발됐다는 지적에서다.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 문건을 입수하면서 제기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하면서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채용 비리 사태를 촉발한 이 문건을 한일 출신이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옛 한빛은행)하면서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아 왔다.
통합 첫 은행장 타이틀은 상업은행 출신(김진만 행장)이 거머쥐었다. 이어 2002년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우리금융지주로 합병되면서 2008년 5월까지는 외부 인사가 지주 회장·행장을 맡았다. 그랬다가 2008년 6월 이팔성 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10년 만에 다시 내부 출신이 CEO(최고경영자)에 올랐다. 당시 이팔성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인 이종휘 은행장과 호흡을 맞춰 '황금콤비'로 불리기도 했다.
이어 2013~2014년엔 상업 출신인 이순우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했다. 관행대로라면 그 다음 행장은 한일 출신이 맡아야 하는데, 2014년에도 상업 출신인 이광구 행장이 선임됐다. 여기에 올해 초 연임까지 성공하면서 한일 출신의 불만이 커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행장으로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다.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 지주사 전환 등의 중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점에선 계파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부 인사로는 개혁이 어렵기 때문.
이미 다른 은행들은 내부 갈등, 적폐 등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 조치로 외부 인사를 수혈하고 있다. 주가조작 혐의로 수장이 구속되면서 장기간의 경영 공백을 겪은 BNK금융지주는 창립 후 처음으로 외부출신인 김지완 회장을 영입했고, 채용비리 사태로 물의를 빚은 금융감독원도 민간 출신 최흥식 원장을 선임했다.
여기에 아직까지 예보가 우리은행의 대주주(18.52%)라는 점에서도 외부 수혈론에 무게가 쏠린다. 금융권 일각에선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예보는 올 초 이광구 행장의 연임을 결정할 당시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의미로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행장 사임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최대 주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은행권 수장들이 외부 인사로 채워지고 있고, 하마평에 오른 내부 출신들은 한일·상업은행 출신이기 때문에 또다시 계파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제3의 인물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우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은행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우리은행장은 반드시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만한 내부 인사로 선임해야 한다"며 외부 출신 인사를 반대해 차기 은행장 선임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