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 문건 일부. "연출가로 하여름 결말을 수정토록 지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연극 '개구리' 등 국립극단에 대한 사전검열이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진행된 정황이 30일 드러났다.
이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관련 문건 분석 결과를 내고 "블랙리스트가 지원 배제뿐만 아니라 작품 내용에 대한 검열에까지 작동됐다"고 말했다.
개선위가 공개한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 문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국립극단 후속 작품과 이후 국립예술단체 주관 공연에 서 '정치적 편향 내용'을 배제하도록 조치한 정황이 들어있다.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가 작성한 해당 문건은 연극 개구리에 대한 '주요 내용 검토'와 '향후 조치 계획'이 담겨있다.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2013년 9월은 개구리 공연 기간이었다.
문건에서 "일부 정치 편향적이라 오해될 소지"로 지목된 부분은 '그분(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과 '카멜레온(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징)'의 대화로 그분을 미화하고 카멜레온을 비하적으로 묘사한 점,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기말고사 컨닝'으로 풍자한 점 등이다.
이에 대한 조치 사항으로는 "당초 극본 초안의 과도한 정치 풍자를 대폭 완화토록 지도하는 등 문제 소지를 최소화" "수정된 수준의 풍자는 국민들이 수용(이해)할 것으로 분석"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문건에 적힌 향후 조치 계획에는 "향후 국립극단 작품에 '편향된 정치적 소재'는 배제토록 강력 조치"하고 "현 국립극단 예술감독 교체 추진"하는 방침 등이 포함됐다.
개선위는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실행이 연극 '개구리'에 대한 사후 논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연극이 공연되기 전부터 작품의 결말이 수정됐다"며 "향후 조치 계획과 추가 조치 요구 언급은 이 문서가 작성된 2013년 9월 이전 '조치 요구'가 분명이 있었음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개선위는 2015년 10월 열린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공연 '소월산천'에서도 검열이 작동된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국립현대무용단이 제작한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공연 '이미아직'에서도 국정원이 협업작가 주재환 작가에 대해 문제 제기한 정황도 확보했다.
개선위는 "개구리 문건의 '향후 조치계획'에서 제시된 '정치적 편향 내용' 검열조치가 실제로 집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체부 산하 국립예술단체에서 검열을 포함해 블랙리스트 작동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개선위는 2015년 10월 2일 박명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면담하면서, 블랙리스트 관련 현안을 협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계배 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가 재직하던 2015년 3월, 재단 예술인활동증명 심의위원 위촉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점이 확인됐다며 재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