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각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묶지 않은 1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공판에서 "원심은 김 전 실장이 2015년 2월 퇴임 후 지원 배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분 무죄를 선고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 측은 원심이 지난해 문예 사업 등에 김 전 실장이 관여하지 않은 부분을 무죄로 본 데 대해 "이 사건은 하나의 범죄이고, 김 전 실장이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포괄일죄 적용을 주장했다.
포괄일죄는 여러 행위가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뜻한다.
이에 김 전 실장 측은 현행법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각 사업마다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이 예술위원회 사업 관련 110개 사업을 무죄로 봤다고 맞섰다.
특검은 조 전 장관에 대해 2014년 영화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저지와 예산 삭감 방침을 공유해, 관련 증거가 없다는 원심 판단이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영화 내용과 달리 다이빙벨이 현장에서 제기능을 하지 못했고, 당시 청와대의 대응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여론 대비 차원이었다고 항변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공모 관계 역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좌파 배제 방침을 통치행위로 본 1심에 대해 "표현과 사상, 양심의 자유를 가진 법치국가에서 시국선언 등 정부 비판을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 못한다"며 "정치 성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다양성 보호와 진흥에 관한 법률도 위반해, 위법이 아니라는 원심 판결은 명백한 법리 오해"라고 말했다.
최씨에 대해서는 범죄의 가담을 부인할 경우, 간점 사실과 정황증거로 판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특검은 고영태와 차은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진술을 통해 최씨과 박 전 대통령이 좌파 배제 기조를 공유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CJ 영화와 드라마를 좌파로 지목한 점,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現 문체부 2차관)의 사직이 최씨의 민원 해결 과정이었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이날 재판에서는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의 메모가 부각됐다. 특검은 그가 지난해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변호사와 상담하며 작성한 메모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블랙리스트의 핵심으로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신 전 비서관 측은 원심 때와 마찬가지로, 당시 언론 내용을 정리하며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리스트를 만들어서 교육문화체육비서관에 줬다는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은 어느 언론에도 나온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메모 작성 시점은 특검 수사 두 달 전"이라며 "굳이 수사를 앞두고 작성할 이유도 없고, 수사를 염려했는지 '직권남용' '업무방해'가 쓰여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