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최순실 씨의 청와대 문건 수정을 정당화했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서 "대통령 본인이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연설문) 내용과 문장 뉘앙스까지 손수 챙겼다"며 "그 과정에서 최씨 의견도 듣는 것이 어떠냐는 취지로 말했지, 문건 전달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사심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증인 선서에 앞서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에서 작성한 진술조서 내용에 대해서는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검찰이 "14회에 걸친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고 확인, 서명 후 날인했느냐"고 묻자, 한참 뒤 "네"라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의 답변은 검찰에 대한 기존 진술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측 반대신문은 거부한다는 취지로 읽혀, 변호인이 반대 신문에서 진정성립 의사를 재차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이 "진정성립을 인정한 것은 증언거부권의 전체 취지를 잘 이해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자 "(검찰 측의 진정성립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측은 "변호인 측에서 본인의 유불리를 따져서 증언 거부를 번복시켰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진술조서 인정 번복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주장했던 '연설문에 대한 최씨의 감정적 표현 도움' 여부에 대해서도 증언을 거부했다.
정 전 비서관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세 사람은 1998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시기부터 함께 활동해왔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 주요 보직을 맡았다.
이들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을 법정에서 마주한 인물은 정 전 비서관이 처음이다.
그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최씨 측에 청와대·정부 문서 180여건을 넘긴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에 넘겨진 문건 가운데에는 일반에 공개돼선 안 되는 공무상 비밀 47건도 들어있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2월~2014년 12월 2092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것으로도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