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 측근의 KEB하나은행 지점장 승진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공판에서 '대통령 관심사항'에 따른 인사 개입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정 이사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던 2015년 11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상화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이 유럽총괄법인장으로 갈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가 삼성 승마 지원을 받기 위해 2015년 8월 프랑크푸르트 지점에 계좌를 만들어 이 전 법인장으로부터 예금과 대출 등에 도움을 받았다고 본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이 전 법인장에 대한 인사를 요청하고, 같은 지시가 안 전 수석 등을 통해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당시 안 전 수석은 통화 뒤에 이 전 법인장의 이력서도 보냈다. 그는 이 전 법인장의 승진이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하나은행측에게 이 전 법인장의 총괄법인장 인사를 알아봐달라고 했다.
이에대해 하나은행측은 "총괄법인을 룩셈부르크에 세우는 편이 비용면에서 낫지만, 실익이 없어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안 전 수석은 얼마 뒤 '이상화가 해외 총괄 그룹장을 원한다'고 재차 연락해왔다.
그는 이같은 지시사항을 들은 하나은행측은 "그룹장은 부회장급인데 그 사이에 전무가 있는 등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짜증을 냈다고 진술했다.
본부장 승진 요구도 이어졌다.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지난해 1월 전화해 "이상화가 본부장 안 되고 삼성타운 지점장 됐다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며 따졌다고 증언했다.
정 이사장은 하나은행측에 전화하니 "본인이 원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같은 말을 전해들은 안 전 수석의 대답이 "아니 그걸 믿느냐"였다고 증언했다.
하나은행은 같은달 23일 본부장급 자리 2개를 만드는 조직개편을 통해 2월 이 전 법인장을 글로벌 영업 2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지시·업무와 관련 없는 것은 부탁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묻자 "이해가 안 간다"고 대답했다.